“하늘이 중국에 준 선물…” 중국 내에서도 류샤오보를 향한 지지와 응원이……

입력 2017-07-11 20:27 수정 2017-07-12 00:25
류샤오보(劉曉波·오른쪽)와 그의 부인 류샤(劉霞)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그는 하늘이 중국에 준 선물이지만, 우리가 그를 소중히 하는 방법을 몰랐고, 이제 하늘이 그를 다시 데려가려 한다…”

간암 말기로 임종을 준비 중인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61)에게 쏟아지는 지지와 응원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뜨겁다.

11일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수많은 중국인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민주화 운동가의 인생 역정과 역경에 공감하며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 중인 작가 겸 시인 허신부는 지난 6일 류샤오보와 부인 류샤(劉霞·55) 부부의 사진과 함께 시를 한편 남겼다.

“누군가 밤이 오기 전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가 자신에겐 적(敵)이 없다고 말했을 때 그는 여전히 밤의 온화함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기다린 것이 대낯의 폭력이란 것을 목도했다.”

‘내겐 적이 없다'란 류샤오보의 표현은 그가 당국 검열을 의식해 지난 2009년 12월 작성한 법정 최후 진술문에 등장한다. 당시 류샤오보는 “내게는 적이 없으며 원한도 없다. 따라서 나는 최대의 선의로 정권의 적의(敵意)를 대하고 사랑으로 원한을 녹임으로써 개인의 처지를 넘어 (신중국으로의) 국가발전과 사회변화를 목도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적었다.

류샤오보를 ‘하늘이 준 선물’로 묘사한 중국 톈진의 한 익명 평론가는 “류샤오보가 가고 나면 이 나라의 평화적 변화에 대한 마지막 희망이 사그러들고… 결국 산산조각 날 것……”이라며 우려 섞인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중국 네티즌들도 당국의 엄혹한 인터넷 검열을 피해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에선 류샤오보와 류샤를 직접 언급하는 글들이 거의 대부분 지워졌지만, 일부 게시물은 검열을 피해 게시된 상태다.

한 중국 네티즌은 “희망은 (비록) 희박하지만… 전 세계가 류샤오보를 버리지 않았고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는 것도 일종의 위안……”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류샤오보의 부인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고 수명을 다할 때까지 존엄하게 살기를 기원한다. 진정으로 그들을 지지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한 네티즌은 ‘내겐 적이 없다'란 류샤오보의 표현을 인용하며 “역사가 이 사람을 기억할 것”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생화와 탱크 사이에서
경례와 총검 사이에서
비둘기와 미사일 사이에서
일사불란한 발걸음과 무표정 사이에서
지난 세기의 종말은
피비린내 나는 어둠으로 얼룩졌다
(중략)
50년의 눈부신 영광에는
공산당만 있고
신중국은 없었다.”
(류샤오보의 자작시 ‘시간의 저주 속에서'에서 발췌)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