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정치적 탄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당내 핵심인 혁신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두둔해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며 “나 또한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으로 들어가면 (박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정치적인 탄핵이고, 정치형(정치적 형벌)은 굉장히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을 언급하며 “이것과 비슷하게 진행된 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다. 허무맹랑한 주장에 동조한 집권 여당과 관련 부처 책임자, 청와대 책임자, 언론사가 다 문제”라고 비난했다.
류 위원장은 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론을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시각에서 제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이 탄핵에 앞장서고 대단히 양심적인 일을 한 것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며 “탄핵한 새누리당의 모습은 지리멸렬이고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반성보다 ‘대통령 탄핵 가담자’에 대한 색출 쪽으로 당 혁신방향을 세운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다.
정치권에선 류 위원장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무슨 잘못을 했고, 어떤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며 “대한민국의 헌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이미 18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류 위원장의 발언은 나라다운 나라를 원하는 민의를 처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당은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위시한 ‘도로 친박당’이 되기로 한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한국당의 혁신 방향은 탄핵반대 태극기 정당이고, 탄핵에 찬성했던 분들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류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정치보복이라고 말했다”며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바른정당 걱정보다 한국당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부터 먼저 걱정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