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이언주, 2년 전 미화원 체험 영상 재조명… "그 때 교훈 잊었다"

입력 2017-07-11 16:19
학교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뉴시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막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이 의원의 비정규직 체험기를 담은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의원은 2015년 MBC가 기획한 ‘2015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대한민국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청소원으로 변신해 이들의 애환을 체험했다. 당시 초선이던 이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도 광명시의 한 쇼핑몰에서 쓰레기통을 비우고 남자화장실을 청소했다. 간혹 힘든 내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냈다.

미화원으로 변신한 이언주 의원. 영상캡처

영상에서 환경미화원들은 이 의원에게 “국회의원으로서 청소일도 해보셔야 한다. 안 해보면 쉬운 일로 안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의원은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일을 직접 경험해 보니까, 한여름이든 겨울이든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환경미화원 일일체험 소감을 밝혔다.



2015년 1월1일 방송된 영상은 다음달 3일 이 의원이 직접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광명 어느 업체의 청소노동자로 위장취업(?)해 시민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고군분투했다’고 소개했다. 이 영상은 이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 이후 화제가 됐다. 특히 이 의원과 미화원들이 주고받은 대화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2년 뒤 이 의원은 당시 깨우침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파업에 돌입한 학교 급식노동자들을 ‘밥하는 아줌마’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말한 제 마음속 또 다른 의미는 어머니와 같은 뜻”이라며 “제 마음과 다르게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 도중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때마침 기자회견장을 찾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과 마주쳤다. 이들은 “급식실에 한번이라도 와 봤나. 오늘 같은 날 땀을 얼마나 흘리는지 아느냐”면서 “마치 급식노동자들이 학교급식비에서 인건비를 가져가 급식 질이 낮아지는 것처럼 말하는데 인건비와 급식비는 다르다. 제대로 공부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노동자들은 사과를 거부했다.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 도중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듣고 있다. 뉴시스

급식 노동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의원을 공천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사과하라”며 “이 의원은 우리 ‘미친’ 노동자들 앞에서 정식으로 머리 숙여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