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생리 기간에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 관습에 따라 외양간에서 잠을 자던 19세 여성이 독사에 물려 숨졌다.
미국 CNN과 네팔 일간지 카트만두포스트는 지난 7일 네팔 서부 다일레크 지역에서 차우피디 기간 동안 삼촌 집 외양간에 격리돼 있던 19세 툴라시 샤히가 독사에 물려 숨졌다고 10일 보도했다.
툴라시는 지난 6일 혼자 머물던 외양간에서 독사에 머리와 다리를 물렸다. 가족에게 발견됐지만 이 날따라 쏟아진 폭우에 길이 물에 잠겨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했다. 툴라시는 독사에 물린 지 7시간 후인 7일 오전 사망했다.
네팔 대법원은 2005년 차우파디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 관습이 성행하고 있다. 차우파디는 여성의 생리를 불순하게 여기는 힌두교 인식 때문이다. 생리 중인 여성의 부엌 출입을 금지하고 집 밖에 있는 외양간이나 창고 등에서 머물게 한다. 이 기간에 여성들은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으며 수돗가나 우물에 접근해서도 안 된다.
네팔에서는 차우파디 때문에 해마다 20여명이 사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외양간에서 자던 15세 소녀가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웠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지난 5월에도 10대 소녀가 외양간에서 자다 뱀에 물려 사망했다.
네팔 여성계는 차우파디 기간에 외딴 창고 등에서 혼자 지내는 탓에 여성들이 성범죄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악습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다. 네팔 의회는 차우파디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활동하는 여성 인권운동가 라다 파우델은 “네팔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모두 여성인 데도 소녀들이 짐승처럼 외양간에서 죽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처벌 법률 제정과 인식 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