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사고 현장에서 숨진 50대 부부가 손주 출산을 3개월 앞두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근처에서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앞서가던 K5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K5 승용차에 타고 있던 신모(58) 설모 씨(56·여) 부부가 현장에서 숨졌고 1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당일 신 씨 부부는 충남 부여로 나들이를 떠났다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최근 남편 신 씨가 신장병이 발병해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승용차를 타고 주말 나들이를 즐겼다.
두 사람은 10대 시절 봉제 일을 하면서 만나 결혼했다. 가정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부부는 집과 봉제 공장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금실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슬하에 외아들 하나를 뒀다. 봉제 일을 하면서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아들을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 직장에 취업한 아들은 지난해 결혼해서 현재 임신 7개월의 아내가 있다. 신씨 부부는 3개월 후 첫 손주를 안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신 씨 유족은 “작년에 아들 결혼하고 임신 소식 듣고 좋아하셨는데 기다리던 손주 얼굴도 못 보고 갑자기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해 날벼락을 맞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씨 부부는 직장 동료들도 따뜻하게 챙겼다. 이들은 아침을 못 먹고 출근하는 동료들을 위해 출근 길 마다 시장에 들러 먹을 것을 사들고 공장으로 와서 같이 아침을 먹었다. 월세로 사는 힘든 처지의 동료에게는 먼저 전세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동료들은 신씨 부부가 “남들에게 베푸느라 늘 빠듯하게 살았다”고 기억했다.
신씨는 평소 장거리 운전을 하면 50∼60km 구간 마다 꼭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할 정도로 안전운전을 중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사고는 전용차로(1차로)를 달리던 버스운전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 버스운전사 김모 씨(51)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졸았다”고 진술했다. 졸다가 운전대를 놓쳐 전용차로를 이탈해 신씨 부부 승용차와 추돌한 것이다.
유족들은 “버스회사로부터 아직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번 사고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반복 되서는 안 된다”며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호소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