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엑소 팬 있다… 평양 등 15곳서 몰래 ‘덕질’

입력 2017-07-11 10:44
왼쪽 사진은 남성그룹 엑소. 오른쪽 사진은 9일 오전 1시30분 엑소 관련 트윗이나 해시태그가 작성된 지점을 붉은 점으로 표시한 트위터 트렌드맵. 북한 곳곳에 붉은 점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트렌드맵 화면촬영

북한에서 남성그룹 엑소(EXO) 팬이 발견됐다. 트위터가 엑소 공식 계정의 문을 열고 하루 동안 세계에서 집계한 1100만건의 관련 트윗 중 15건이 북한에서 수집됐다.

트위터는 지난 10일 “엑소 공식 계정의 시작과 함께 전 세계에서 1100만건의 관련 트윗이 작성됐다”며 트렌드맵을 공개했다. 트렌드맵은 특정 키워드의 트윗이나 해시태그가 작성된 지점을 지도상에 붉은 점으로 표시하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엑소 관련 트윗과 해시태그를 지난 9일 오전 8시부터 10일 오전 7시45분까지 약 24시간 동안 수집해 트렌드맵에 표시했다.

엑소는 SM엔터테인먼트의 12인조 남성그룹. 현세대 최고의 한류스타로 평가된다. 엑소 공식 계정은 지난 8일 오후 10시26분 첫 트윗을 작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11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약 60시간 동안 46만5000명의 팔로어를 확보했다.

붉은 점은 러시아 북극 도시 딕손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쪽 끝 케이프타운까지 6개 대륙에서 모두 나타났다. 태평양 한복판 하와이에서도, 북대서양 화산섬 아이슬란드에서도 엑소 관련 트윗과 해시태그가 작성됐다. 붉은 점이 가장 밀집한 곳은 동남아시아였다.

10일 오전 0시45분 엑소 관련 트윗과 해시태그가 작성된 지점을 붉은 점으로 표시한 트위터 트렌드맵.

붉은 점은 북한에서도 표시됐다. 수도 평양이나 함경남도 함흥 등 대도시는 물론, 중국과 국경을 맞댄 평안북도 신의주, 함경북도 회령, 자강도의 개마고원 인근에서까지 엑소 관련 트윗이나 해시태그를 적은 붉은 점이 15개 나타났다.

이 트렌드맵은 북한의 한류 콘텐츠 소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부터 K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외부의 불법 영상물을 체제 붕괴의 위협요소로 여기고 있다. 불법 영상물을 시청할 경우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영국 소셜마케팅업체 위아소셜과 캐나다 소셜미디어 관리업체 훗스위트가 지난 1월 24일 공동 발표한 ‘2017 디지털 국제 현황’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터넷 이용자는 1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6%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213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이용자 비율 역시 꼴찌였다.

북한에서 엑소 관련 트윗이나 해시태그를 작성했을 트위터 계정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감시망을 뚫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트위터에 접속해 엑소와 관련한 트윗이나 해시태그를 작성한 주민일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에서 체류 중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NS 공작을 위해 트위터의 실시간 급상승 키워드를 무작위로 수집해 작성한 북한 전자정찰국 직원일 가능성도 있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경우 트위터의 이슈 키워드를 무작위로 수집한 뒤 작성해 관심을 끄는 방식으로 대원을 모집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