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Bull)' 대신 '계산서(Bill)' 피해 달린 관광객들…'산페르민 축제' 해프닝

입력 2017-07-11 09:10

해마다 이맘때면 스페인 팜플로나에선 '소몰이'로 유명한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린다. 투우에 나설 소들이 사람들과 뒤엉켜 산토 도밍고 사육장부터 투우장까지 800m 거리를 질주하는 광경은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사람들은 황소에게 받히지 않으려고 좁은 구시가지 도로를 전력으로 달리며 스릴을 만끽한다. 

이 축제가 열리는 7월 6~14일에는 많은 관광객이 팜플로나를 찾는다. 올해는 '황소(Bull)를 피해 달리는' 축제 기간에 황소 대신 거액의 '레스토랑 계산서(Bill)'를 피해 내달린 이탈리아인 관광객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영국 BBC방송은 '팜플로나에서 계산서 피해 달린 이탈리아인들'이란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7일 저녁 팜플로나의 한 레스토랑에서 발생했다. 이탈리아인 관광객 여러 명이 자리를 잡더니 술과 음식을 잔뜩 주문했다. 자정이 넘도록 웃고 떠들며 흥겨운 식사를 마칠 무렵 이들에게 제시된 계산서에는 620유로(약 81만원)가 찍혀 있었다. '하우스 스페셜' 메뉴 14가지를 먹고 '추피토' 15잔을 마신 터였다. 

BBC는 "식사를 마친 관광객들이 이 도시의 유명한 이벤트를 떠올린 듯하다. 황소(Bull)를 피해 내달리듯 계산서(Bill)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돈을 내지 않고 레스토랑을 뛰쳐나와 달아난 이탈리아인들의 '질주'는 성공하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팜플로나 경찰은 이들을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밥값을 내게 하면서 '팁'도 주라고 했다. 그리고 사건 경위와 조치를 트위터에 올려 공개했다. 스페인에선 지난 3월 대규모 '레스토랑 먹튀(Eat-and-Run)'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결혼식 피로연 등을 이유로 100여명이 음식을 먹은 뒤 아무도 돈을 내지 않고 사라지는 등 최소 2곳 레스토랑에서 15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