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 누군가는 역사 속에 감추려 안간힘을 썼던 그날의 진실은 기어코 세상에 알려졌다. 그 과정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뜨거운 희생이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만섭은 힌츠페터 기자를 도왔던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만섭은 실제로 김사복씨를 만나봤던 여러 사람들의 기억 조각을 맞춰 완성됐다. 힌츠페터 기자는 지난해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김사복씨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했으나 끝내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장훈 감독은 1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택시운전사’ 기자간담회에서 “만섭과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로 출발해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며 “일부 극화한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균형적인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섭이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인데, 그는 우리와 비슷한 소시민이자 보통사람”이라며 “서울에 살면서 광주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던 상태로 광주의 상황을 직접 맞닥뜨렸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참담한 당시 광주의 모습도 담아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만섭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는 “만섭은 거창한 정치·사회적 이념으로 사건과 인물을 대하지 않았다”며 “택시기사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도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1980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송강호는 “아침에 라디오방송에서 ‘(광주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난다. 당시 처음 든 생각은 ‘휴 다행이다’였다. 그만큼 왜곡된 보도와 (정보)통제로 시민의 눈과 귀를 막았던 시대가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희생당하신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진정성 있게 영화로 담고자 했다”며 “많이 부족했지만,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덜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강호는 또 “‘택시운전사’는 군경과 광주 시민을 막론하고 모든 희생자 분들을 위한 영화”라며 “이 영화의 지향점은 ‘광주의 아픔을 되새기자’는 게 아니다. 그 아픔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남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평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정 많은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의 유해진은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 시민군 뿐만 아니라 민중 개개인의 숨은 희생이 있었으리란 생각을 좀 더 깊이 하게 됐다”며 “소중한 사람들의 소중한 얘기를 그린 소중한 영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은 류준열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면서 “영화를 찍으면서도 감동적이었고, 보고 난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여러분도 그 뜨거움을 함께 느끼시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