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정치인의 상반된 노동관…이언주 “나쁜 사람들” 발언 뭇매, 심상정 “노동이 당당한 나라”

입력 2017-07-10 20:08

‘노동자’에 대한 견해를 밝힌 두 여성 정치인이 10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 명은 의원직 사퇴요구가 나올 정도로 뭇매를 맞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이날 명예롭게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이야기다.

이 의원은 최근 파업을 벌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하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라며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파업 노동자에 대해 “미친 X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공개되면서 이 의원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년 전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했던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떠오를 정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국민주권시대에 주권자를 농락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의 가치를 노예노동으로 여기는 이언주가 있어야 할 곳은 민의를 대의하는 국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같은 날 심 대표는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감한 혁신으로 대중 진보정당의 시대를 열겠다는 2년 전의 약속을 비교적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9대 대선에서 ‘심블리’(심상정+러블리)라는 애칭으로 민주당의 사표(死票) 공세에도 6.2%의 지지율을 얻어 정의당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심 대표는 대선 TV토론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와 설전을 벌이며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홍 후보가 “일부 노조원은 도지사와 비슷하게 월급을 받는다”고 주장하자 “육체노동자는 잔업 특근하고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데 도지사보다 더 받으면 안 되나”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홍 후보는 ‘니들이 노동자인데 감히’와 같은 노동자 천시인식을 갖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몰아세웠다. 

심 대표는 2015년에도 임금피크제 등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비판했다. 그는 당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기권 당시 노동부 장관에게 “장관도 임금피크제에 동참하는가.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은 포함되나 안되나”라며 “왜 고액 연봉자는 포함 안 시키나. 왜 장관은 1억2000만원을 다 가져가고 국회의원은 1억4000만원을 다 받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200만원도 못 받는 940만 노동자들 허리띠 졸라매는 게 아니라 목 조르는 것”이라며 “노동자 목 조르는 노동부 장관은 자격 없다”고 질책했다. 이 영상은 ‘사자후’ 동영상으로 불리며 조회수 200만을 넘을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심 대표는 이날 퇴임식에서도 “저에게는 더 큰 사명이 주어졌다”며 “노동이 당당한 나라, 청년과 여성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꿈을 이뤄가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