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어진 장맛비, 게릴라성 '물폭탄'이 된 까닭은

입력 2017-07-10 17:24

뒤늦은 장맛비가 매섭다. 10일 전국에 퍼부은 비는 11일까지 이어져 경기내륙·강원내륙·충청북부 지역은 곳에 따라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0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에서는 시간당 15㎜ 넘게 비가 오면 공식적으로 ‘강한 비’라고 표현한다. 늦게 시작된 장마는 국지성 호우가 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 이번 장마, 왜 늦게 시작됐나?

올해 장마는 평년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 통상적인 시점인 6월 중하순에 장마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 제주도의 경우 6월 24일 처음 장맛비가 내려 평년보다 4∼5일 늦게 장마가 시작됐다. 남부지방은 6월 29일, 중부지방은 7월 1일에 장맛비가 시작돼 평년보다 6∼7일가량 늦었다.

장마가 지각한 이유는 장마전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래 장마전선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다 6월 중하순에 한랭습윤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충돌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윤익상 기상청 예보관은 “5~6월에 우리나라 북서쪽 몽골 부근 지역이 평년과 달리 많이 가열됐다”며 “이렇게 되면 하층에는 저기압이 형성되지만 대기 중상층(지상에서 5km지점)에는 고기압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고기압이 오랫동안 정체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으로 이동할 길목을 막아 장마전선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진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제주 남쪽 먼 바다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 늦은 장마, 왜 특정 지역에 집중되나?

기상청은 이번 장맛비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의 형태를 띤다고 분석했다. 과거 장마전선은 전국에 걸쳐 넓게 형성돼 한반도 전역에 비를 뿌렸다. 그러나 현재는 몇몇 지역에 소위 ‘물폭탄’이라 일컬어지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 데이터에 따르면 1981~2010년 장마기간에 중부지역의 경우 평균 합계강수량은 366.3㎜로 남부지역의 348.6㎜, 제주지역의 398.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비가 내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는 강수량에서 지역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부지역의 경우 장마가 시작된 지난 1~10일 합계강수량 227.2㎜을 기록했지만 남부지역의 경우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95.2㎜에 그쳤다. 제주지역의 경우는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58.1㎜로 남부지역보다도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직 장마 초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큰 격차다.

강수량에서 지역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 불안정’의 영향이 크다. 원래 장마전선은 동서로 길게 누워 있는 형태를 띤다. 장마 전선을 만들어내는 두 기단이 남북으로 세력 균형을 이뤄 동서로 긴 전선이 형성될 때 장마의 지속기간도 길어지고 비가 내리는 범위도 넓어진다.

올해는 기단 사이의 세력 균형이 깨졌다. 윤 예보관은 “올해는 북쪽 기단이 강해 장마전선이 동서로 길게 눕지 않고 남북으로 서 있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뚜렷한 비구름대가 형성되기보다는 일시적인 비구름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 시간에는 일사작용에 의해 소나기가 쏟아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서울은 10일 저녁쯤 이번 비가 그칠 전망”이라며 “중부지방은 11일 새벽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