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심블리’ 마지막 호소 “정의당이 제1야당 되는 상상을”

입력 2017-07-10 15:43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심 대표는 국민을 향해 “정의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심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대표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내일이면 2년 임기가 종료된다. 국가로 보나 당으로 보나 중대한 전환기에 대표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낸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2015년 7월 당 상임대표로 취임해 지난해 4‧13 총선을 지휘했고, 그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치러진 지난 5월 조기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심 대표는 대선 TV토론에서 날카로운 비판과 막힘없는 답변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복지향상을 놓고 선이 굵은 공약을 냈다. 지지율은 한때 10%선까지 치솟았지만, 투표 결과 득표율은 6.17%였다.

심 대표는 당권을 이어가지 않고 퇴장을 선택했다. 정의당이 오는 11일 구성할 새 지도부에 대한 지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는 “퇴임을 앞둔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촛불 시민혁명은 정권교체를 넘어 2020년 총선혁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정의당이 제1야당으로 올라서는 상상을 해 달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현실로 만들어 달라. 거침없는 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퇴임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의당 대표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내일이면 2년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국가로보나 정의당으로보나 중대한 전환기에 당대표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2015년 당대표를 맡으면서 정의당을 강하고 매력적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당원 수와 지지율이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량적 성장보다, 제가 임기 중에 가장 주력했던 일은 정의당을 현대적인 정당체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정의당이 진보적 대중정당의 기틀을 갖춘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해 정책미래내각을 구성했습니다. 예산과 조직 혁신을 통해 풀뿌리 조직을 강화, 확대했습니다. 또 교육연수원을 통해서 당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일상적 교육 시스템도 갖춰왔습니다. 이제 정의당은 과거 낡은 정파 질서를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현대적 정당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은 저와 정의당에게 뜻깊은 선거였습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정의당의 비전을 국민께 또렷이 제시했습니다. 특히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크게 호응했고, 국민들로부터도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제 그동안 정의당에 따라붙었던 군소정당이라는 딱지는 더 이상 정의당의 숙명이 아닙니다. 운명도 아닙니다. 이제 정의당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집권을 꿈꾸는 대안세력으로 힘차게 발돋움해 나갈 것입니다.

제가 정의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염원하는 촛불시민들의 열망을 받아 안아 탄핵정국을 선도해낸 것입니다. 촛불의 의미를 그 어느 정당보다 가장 철저히 인식했고, 한발 앞서 행동했으며, 일관성을 갖고 촛불시민과 함께 실천해왔습니다. 이는 다른 정당들처럼 선거용으로 벤치마킹한 진열 상품이 아니라, 촛불시민의 요구가 바로 정의당의 비전이고, 존재이유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촛불시민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저는 이것이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 시민들의 고단한 삶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60년 기득권 체제도 여전히 공고합니다. 무엇보다 촛불 이전에 구성된 낡은 국회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임을 앞둔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촛불시민혁명은 정권교체를 넘어 2020년 총선혁명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기득권 편향의 낡은 국회를 바꿔야 합니다.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18세 투표권 도입 등 정치개혁에 계속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이 제1야당이 되는 상상을 해주십시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현실로 만들어주십시오. 거침없는 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임기를 마치고 정의당의 자랑스러운 당원이자 국회의원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더 큰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 청년과 여성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꿈을 이뤄가는 것입니다. 이제 국민의 삶 한복판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시민 여러분을 만나고 대화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힘을 모아갈 것입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내일 확정될 정의당의 4기 지도부에도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