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버스가 승용차를 덮친 경부고속도로 교통사고에서 버스 운전자의 '무책임한' 행동과 발언이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9일 오후 2시45분쯤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면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 등 8대가 잇따라 추돌해 승용차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 2명이 숨지고 버스 승객 등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 경부고속도로 사고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제 바로 뒤에 있던 차까지 피해를 당했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가까스로 나는 피해를 모면했지만 아직도 손이 떨린다”고 적었다.
글쓴이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는 가운데 버스 1대가 승용차 1대를 그대로 밀어붙이며 승용차 여러 대와 잇따라 추돌한다. 버스 밑에 깔린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다.
이 글 밑에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목격자의 증언도 올라왔다. 그는 “오늘 사고를 당한 사람"이라며 "현재 병원에서 손 근육 끊어진 거 봉합하고 이제 병실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에서 피 흘리며 기어 나오자마자 정신없는 순간에도 버스에 깔린 차량의 운전자 걱정부터 들었다. 너무 처참해서 비틀거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물어보고 다녔다”고 했다.
이어 “눈앞에 버스 기사가 보이기에 ‘당신이 버스기사냐, 버스에 깔린 차 운전자는 살아있는 거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보더라.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 정말 불쌍하게 죄 없는 사람들이 떠났다”며 분노했다.
버스 운전자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추가로 공개된 사고버스 내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버스는 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로 운행 중인 모습이다. 앞서 서행하는 차를 보고도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 김씨가 운전대를 고쳐 잡는 순간 그대로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모습이다.
버스 운전자 김모씨는 KBS 인터뷰에서 “달리고 있다가 깜빡 (졸았는데), 뻑 소리가 나면서 앞에를 보니까 앞이 붕 뜨더라고요, 앞이 뜨면서 쭉 밀리는 것만 생각나지 그 뒤로는 생각이 안 나요”라고 증언했다.
김씨 인터뷰를 놓고 한 네티즌은 “사고 가해자가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마치 경험담 얘기하듯, 목격자 얘기하듯 한다”면서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났는데 가해자 인터뷰가 참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면서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