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일본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최저치다.
10일 일본 NNN방송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7.9%포인트 떨어진 31.9%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13%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 여론조사는 지난 7~9일 사이 실시됐다.
특히 아베 내각에 우호적인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일은 아베 총리가 맞닥뜨린 위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2%로 지난달 42%에 비해 10%포인트 올랐다. 2015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는 응답을 앞섰다.
아베 내각의 추락은 예정돼있었다.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현재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이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8~9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아베 내각이 사학스캔들을 해명하는 자세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간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주장해왔지만 일본 국민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아베 내각이 “장기 집권에 따른 교만함에 빠졌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도 31%로 지난달에 비해 10% 포인트나 낮아졌다. 자민당이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제출하려 하는 개헌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응답(48%)이 찬성한다는 입장(37%)을 압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지지율은 6%에 불과했다.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의 전국정당화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49%)이 ‘기대한다’는 응답(37%)보다 높았다. 대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층은 47%로 지난달에 비해 7%포인트 늘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