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외교'보다 힘든 '내각 구성'…임명못한 장관 아직 6명

입력 2017-07-10 10:14

문재인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독일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10일 오전 귀국했다. 5월 10일 취임한 지 정확히 두 달 만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주변국 정상과 모두 회담을 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반년 넘게 공백이 이어졌던 '4강 외교'를 최단 시간 내에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귀국한 문 대통령 책상에는 여러 난제가 쌓여 있다. 추경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데, '제보 조작' 수사에 반발해 국민의당이 국정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내각 구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장관 17명 중 6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내각 구성이 4강 외교보다 어렵다"는 우스개가 나오고 있다.

취임 후 두 달간 숨가쁘게 진행된 문 대통령의 외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난관이던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어 대북 주도권을 확보했고, 다자외교 데뷔전이었던 G20 정상회의에서도 10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각국의 '회담 요청'을 다 수용하지 못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북핵 문제로 러시아와 이견이 노출됐지만 예상된 것이었다. 사드 갈등은 미국과 중국 정상을 잇따라 만나 설득하며 '시간'을 벌었고, 위안부 문제에서 박근혜 정부와 달리 '국민 정서'를 일본에 적극 강조하면서도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러시아와는 하반기 양자회담을 추진해 간극을 좁혀나갈 계획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발사 직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경제 이슈'가 아닌 북핵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고, 많은 정상들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물었다. 제재와 대화의 강·온 전략을 설명한 문 대통령은 많은 공감을 끌어내며 정상들로부터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는 G20 의장을 맡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북핵 구두성명'으로 이어졌다. 

10일 오전 6시쯤 전용기로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국내 현안을 점검한다.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의 컨디션을 고려해 이낙연 국무총리나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이 "그렇다면 내가 나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내각'은 현재 장관 17명 중 11명이 임명장을 받았다. 법무부 국방부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6개 부처는 박근혜정부의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4강 정상을 2개월 만에 모두 만나 외교 정지작업을 마쳤는데, 내각 구성은 아직 3분 2밖에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마침 이날은 조대엽 고용노동부, 송영무 국방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2차 마감일이다. 이번에도 채택이 안 되면 11일부터 문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로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이며 일자리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가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야당은 장관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국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머리 자르기"라며 직격탄을 날린 이후 국민의당은 '협치 파기'를 선언했다. '국정은 협치'라고 쓴 현수막을 당사에서 아예 떼어냈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는) 부적격이라고 일관되게 말했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내용상 전혀 필요 없는 생색내기 추경에 이런 상황에서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의 G20 외교를 평가한 각 당 논평 중에서 국민의당 논평은 거의 유일하게 '혹평'으로 일관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내각 임명 문제에선 강공을 펴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하면) 7월 임시국회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입장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은 이미 임명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선 최소한 임명 철회가 이뤄져야 추경과 정부조직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연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두 후보자를 임명하면 국회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못 박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리 입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고, 두 후보자를 임명하면 임시국회는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 정부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너무나도 오만하게 국정에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야권 핵심부에선 두 후보 중 한 명만 낙마하는 방안을 여권에서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마냥 잡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타협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을 지명철회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석할지 제일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이 되면 의총을 열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야당에서 '후보자 2명 중 한 명만 낙마'시키는 조건을 타진했다는 설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 "국회 정상화가 안되니까 인사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요구 조건을 확인한 적은 있으나 민주당이나 청와대에서 그렇게 입장을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