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용 17개월만에 대면… 이번엔 ‘비공개 독대’ 아닌 ‘공개 법정’서

입력 2017-07-10 09:06
최현규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년5개월 만에 얼굴을 맞댄다. 지난해 2월 15일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과 기업인 신분으로 비공개 독대한 두 사람은 피고인과 증인이 돼 공개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0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33차 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이 부회장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도 함께 증인으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지난 5일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문제와 본인의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법정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도 증인신문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회장 등은 재판부에 증언거부사유 소명서를 제출해 진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9일과 26일 한 차례씩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미래전략실장, 장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증언이 자칫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이 부회장이 증언을 거부하면 재판부는 그 이유 등을 묻고 신문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한 혐의를 받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4차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한다. 증인으로는 우 전 수석 재직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 문체부 과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또 지난 2월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와 우 전 수석이 친분이 있다고 고영태씨에게 들었다”고 진술한 최철(38) 전 문체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고영태씨의 재판도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다. 이날 재판부는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하며, 고씨가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