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기수는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다. 그가 출연하는 SBS 모비딕 뷰티 프로그램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이하 예살그살)’는 단순한 뷰티 프로그램을 넘어 화장을 여성의 영역으로만 여겼던 사회적 편견을 깨는 시도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박태윤, 손대식, 함경식, 김승원 등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이미 활약하고 있었다. 김기수는 이들과 비교하면 후발 주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기수는 유독 많은 화제를 끌면서 곱지 않은 시선까지 온몸으로 견뎌낸다.
기존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았다. 남성의 진한 화장은 여전히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김기수는 조금 다르다. 얼굴을 과감하게 채색한다. 그의 이런 시도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남자가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무죄판결을 받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기수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맞선다. 30년 ‘코덕(코스메틱 마니아)’으로서 자신만의 뷰티 지식과 팁을 구축했고, 사람들은 이런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김기수는 지난달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출근길 메이크업’ ‘권고사직 메이크업’ 등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최근 출연한 ‘예살그살’이 입소문을 타면서 프로그램의 고정 팬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진심은 통하고 있다. 그는 ‘사랑받는 꼬마요정이란 소리를 들었던 시절을 추억하며 예뻐지자’는 의미로 자신의 방송을 즐겨 보는 시청자들을 ‘꼬요(꼬마요정)’로 칭한다. 개그맨 출신답게 유쾌하고 재치 있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0만명을 넘겼다. 사람들은 콘텐츠 업로드를 기다리고, 실시간으로 그와 소통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팬덤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남성 ‘꼬요’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화장하는 남성이 성 정체성에 의심을 받고 비난을 받았던 시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의 제프리스타’ 김기수가 일으키는 바람은 그래서 즐겁고 유쾌하다.
김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