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서 갑자기 文대통령 손잡은 트럼프…옆자리 마크롱엔 '외면' (영상)

입력 2017-07-09 1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함께 참석한 음악회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바라보는 가운데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고 여러 차례 흔들며 '우의'를 과시했다. 바로 옆자리에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한 자리 건너 좌석에 있던 문 대통령에게 팔을 뻗어 긴 인사를 나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고단한 일정은 클래식 콘서트로 마무리됐다. 20개국 정상 부부는 7일(현지시간) 함부르그 하펜시티의 콘서트홀 엘브필하모니에서 함부르크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연주를 감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로열석 중앙에 문재인 대통령을 배치했다. 무대에서 바라볼 때 로열석 앞줄 맨 왼쪽부터 마크롱 대통령 내외, 트럼프 대통령 내외, 문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앉았다. 바로 뒷줄에는 메크겔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앉았다.

공연 시작 전 마크롱,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가 잠잠해 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왼손을 뻗어 멜라니아 여사 옆자리에 있던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맞잡고 두어 번 흔들었다. 이어 자기 오른손으로 맞잡은 두 손을 서너 번 토닥이자 객석에서는 다시 박수가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에 문 대통령은 활짝 웃어 보였다.


때마침 뒷자리에 서 있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선 채로 두 사람의 악수 장면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 바로 옆자리에 있던 마크롱 대통령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멋쩍게 웃으며 착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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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G20 정상회의 직전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난 한·미 정상회담이 '긍정적'이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진솔한 대화가 없었다면 외교 무대에서 결코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놓고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도 이 장면에 반영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상태이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그런 트럼프를 비판하며 파리협정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공연은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이상 정상회담을 이어간 푸틴 대통령의 지각으로 예정보다 35분 늦게 시작됐다. 푸틴은 음악회가 시작되고 나서 입장하는 바람에 원래 김정숙 여사 옆이었던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지 못하고 뒷좌석에 앉아 관람해야 했다.

연주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이었다. 인류애, 평화를 바라는 의미에서 클래식 애호가인 메르켈 총리가 직접 선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기념 자리에서도 연주되는 등 유럽에서는 자유와 평화, 연대의 이상을 상징하며 공식 유럽가로 채택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4박6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