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G20서 가장 많이 들은 말…"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7-07-09 12:00
문재인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독일 함부르크에서 7~8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다자 정상회의였다. 문 대통령은 G20 국가 중 8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고, 2개 국제기구 수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 캐나다 정상,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엔 사무총장 등 모두 10명의 정상급 인사들과 마주 앉았다. 

10차례 양자 회담의 공통적인 패턴 중 하나는 외국 정상이 질문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 지도자의 생각'은 9개월 넘게 백지로 남아 있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그런 외교 공백을 메우는 자리였고, 외국 정상들은 문 대통령의 의견을 매우 궁금해 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만난 외국 정상들에게서 예외 없이 공통된 질문이 나왔는데, 북한 핵과 미사일에 관한 거였다"면서 "이 질문은 두 가지 유형으로 요약될 만큼 양자회담마다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공통 질문' 두 가지는 "문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저희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였다.

이 관계자는 "매번 이 질문이 나와서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단계적 해법, 포괄적 해법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주요국 정상들에게 우리가 하는 분석, 우리가 갖고 있는 대안을 말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하얏트호텔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G20 정상회의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G7 시절에는 정치 문제도 다뤘지만 G20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에 국한시켜 왔다.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포럼이어서 선언문에는 경제 관련 문구만 포함된다. 국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테러, 난민, 전염병 등이 간혹 포함되긴 하는데 극히 예외적이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북한 문제를 선언문에 넣는 것은 시작부터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을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은 '구두 선언문'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G20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새로운 위반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번 위반(미사일 발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희망한다. 이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 같은 '구두 선언'이 나온 배경에 외국 정상들이 문 대통령에게 던졌던 공통적인 '질문'과 문 대통령의 답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지난 5일 문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하며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문 대통령은 조목조목 답변을 이어갔다.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며 "회담과 만찬 내내 메르켈 총리의 끊임없는 관심과 질문이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 뒤를 잇는 형태였다. 메르켈 총리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질문의 개수와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