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독대했던 박근혜·이재용, 이번주 법정에서 공개 만남

입력 2017-07-09 06:38
나란히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법정에서 처음으로 마주친다. 다만 삼성 측이 아무런 증언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재판은 공전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의 공판에서 이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최씨가 설립한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와 관련된 독일 승마활동 훈련비 지원을 해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앞서 이 부회장이 정씨의 승마훈련 및 승마대회 출전에 사용할 말 등을 구입하기 위해 외형상 삼성전자가 말을 구입해 소유하고, 정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꾸몄다고 강조했었다.

이 부회장은 이 대가로 삼성물산의 합병과 금융지주사 전환 등에 대해 도움을 부탁한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다 하더라도 의미 있는 증언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함께 재판을 받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은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나온 삼성전자 전 수뇌부 3인방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이날 공판이 1시간여 만에 끝날 정도였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 독대했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은 취재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애초 이 부회장의 재판에 박 전 대통령이 증인 채택되며 지난 5일 첫 만남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문제를 들어 불출석하며 성사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재판 도중 갑자기 양팔에 얼굴을 묻은 채 엎드렸고,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잠시 퇴정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시 “혹서기가 다가온다”며 신문을 간략하게 해 줄 것을 호소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리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정씨가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하지만 정씨의 출석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은 상황이다. 정씨를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8일 “검찰 수사 중 특검의 증인 신청은 정도(正道)가 아니다”며 “가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출석 거부 뜻을 확고히 했다.

14일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삼성 저격수’ ‘재벌 저승사자’ 등으로 불리던 김 위원장은 과거 특검의 삼성 뇌물 수사 당시에도 참고인으로 출석, 특검의 ‘길잡이’ 역할을 맡아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