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우리(여·가명)씨는 오후가 다 돼서야 눈을 떴다.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일찌감치 '방콕'을 선언했기 때문. 커튼을 열어젖히니 웅얼거리던 빗소리가 선명해졌다. 머그잔 한가득 커피를 채운 후 거실 소파에 앉았다. 지겨운 빗소리를 뒤로 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유난히 처지는 주말,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사로잡을 ‘빗소리도 잊게 만드는 인디 음악’ 5곡이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왔다.
① 몽니 - 소나기
제목만으로 비오는 날의 전경이 그려진다. 2005년 데뷔한 4인조 록밴드 '몽니'의 1집 앨범 '첫째 날, 빛' 타이틀 곡이다. 보컬 김신의가 과거 사랑하는 사람을 어린 나이에 병으로 떠나보낸 경험을 노래로 옮겼다. 활기찬 멜로디가 특징이지만 가슴 미어지는 가사가 더 돋보인다. 김신의는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감독 안재석)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또 주인공 '영민'역을 소화하며 배우로도 데뷔했다.
② 갤럭시 익스프레스 - 언제까지나
폭발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3인조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07년 데뷔했다. '언제까지나'는 2012년 정규 3집 앨범 'GALAXY EXPRESS'의 대표곡이다. 그동안 '호롱불' '진짜 너를 원해' '개구쟁이' 등 심장이 터질듯한 강한 음악을 선보였지만 이 곡은 다르다. "우연처럼 다가오는 많은 순간을 운명으로 만들어 가는 거야"라는 가사처럼 잔잔하고 희망적이다.
③ 3호선 버터플라이 - 깊은 밤 안개 속
인디 1세대 혼성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2009년 EP앨범 'Nine Days Or A Million' 수록곡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엄청난 내공을 가진 '고수 중의 고수'다. 2012년 정규 4집 앨범 'Dreamtalk'로 8년만에 돌아와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 '올해의 음반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독식했다. 이들이 탄생시킨 '깊은 밤 안개 속'은 보컬 남상아의 짙은 목소리와 몽환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훌륭한 서정곡이다. 감성 충만해지는 비오는 새벽, 이 곡을 듣는다면 장맛비 같은 눈물이 흐를 수도 있으니 주의.
④ 로큰롤라디오 - 불빛 아래서
4인조 밴드 '로큰롤라디오'는 100회가 넘는 풍부한 라이브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데뷔 전 국민밴드 'YB'의 연주 테크니션으로 활동한 멤버들의 연주 실력은 자타공인이다. 1집 앨범 'Shut up and dance'의 13번 트랙 '불빛 아래서'는 비 오는날 고독을 취하며 듣기에 매우 좋다. 이 곡은 제17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출품작 '불빛 아래서'(감독 조이예환)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⑤ 국카스텐 - Toddle
음악대장 하현우가 이끄는 4인조 록밴드 '국카스텐'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팀명답게 사이키델릭한 음악(현란한 멜로디와 환각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록)을 추구한다. 화려한 곡으로 가득 찬 1집 앨범 'Guckkasten'에 수록된 'Toddle'은 통기타 선율이 매력적인 단조로운 곡이다. 보컬 하현우와 베이시스트 김기범이 경기도 안산에서 강원도까지 걸어서 무전여행을 떠났을 때 만들었다. 때문에 그들의 팬들은 "'토들 토들' 걷는다"는 말을 자주 쓰기도 한다. 비오는 저녁 이 곡을 들으며 집 앞을 '토들 토들' 걸어보는 것도 좋다.
문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