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꽃’ 관람한 봉준호 감독 “마음 뒤흔든 작품, 부러워”

입력 2017-07-08 00:01

봉준호 감독이 영화 ‘재꽃’(감독 박석영)에 극찬을 보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 홍보 일정로 바쁜 와중에도 ‘재꽃’을 관람하고 직접 관람평을 보내왔다. 7일 공개된 10분 분량의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그는 “‘재꽃’은 여러모로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인 것 같다”며 “여러 가지 너무 강렬하고 인상적인,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인간이 악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상처받기가 너무 쉽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뒤엉켜서 살기 때문”이라며 “대본을 쓸 때 감독님이 어떤 심정으로 모든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썼는지 보는 사람도 되게 잘 느껴지는 좋은 시나리오고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각본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으로 부럽게 느껴지는 각본이다. 이런 각본을 딱 이미 손에 쥐고 촬영을 준비할 때는 이미 감독들 입장에서는 정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 같다”고 했다.

주연배우 정하담의 연기에 대해서도 “소문대로 존재감이 정말 대단하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갈등이 폭발하는 여러 시점들에서 오히려 살짝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있는 것 같다가 기어코 마지막에 명장면을 만들어냈다”고 칭찬했다.

6일 개봉된 ‘재꽃’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빠를 찾기 위해 열한 살 소녀 해별(장해금)이 한적한 마을을 찾아오고, 그런 해별이 마음에 쓰이는 하담(정하담)이 세상으로부터 해별을 지키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코멘터리 전문.

-배우 정하담의 연기에 대하여.
“소문대로 정하담씨 존재감이 정말 대단하다. 앞서 ‘스틸 플라워’를 먼저 봤는데 카메라가 거칠게 러닝타임 내내 하담씨를 쫓아가는데 여태껏 정말 접해본 적 없는 아주 새로운 유형의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느낌의 배우라는 느낌이 든다. ‘재꽃’에서도 정하담 배우는 변함없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갈등이 폭발하는 여러 시점들에서 오히려 살짝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있는 것 같다가 기어코 마지막에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떤가?
“여섯 명의 배우들이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훌륭한 캐스팅인 것 같다.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한 명 한 명 다 얘기를 길게 아니할 수 없다. 이 모든 배우들이 이뤄내는 훌륭한 앙상블들을 보면 박석영 감독님이 얼마나 배우들을 잘 리드하고 또 디렉팅하시는지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으로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섯 명의 배우들 중에 연말에 누가 상을 받건 다 고개가 끄덕여질 것만 같은 훌륭한 캐스팅이고 각자 개별적으로도 하나하나 뛰어나지만 전체 모여있을 때 앙상블도 훌륭했던 것 같다. 특히 ‘살인의 추억’ 때 같이 일했던 박현영 배우도 변함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고 적역인 것 같고, 해별 역의 장해금양은 참 담백한 얼굴 못지않게 아역 배우가 아니라 진짜 어린이가 화면 속에 담겨있는 듯한, 담백한 얼굴과 담백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어머니 역할의 정은경 배우도 정말 힘 안들이시면서 연기 잘하는 분 같고, 묘한 잔상이 남으면서 정말 좋은 배우 같다. 철기 역할의 김태희 배우는 얼굴 자체가 캐릭터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자기가 자기를 때리면서 하는 연기는 아주 괴연이면서 오히려 매우 리얼한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고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명훈 배우는 세계 최고의 술 취한 연기를 하시는 분인 것 같다. 정말 우리가 술취함의 레벨을 술취함 1에서 10까지 놓았을 때 매번 약간씩 다른 연기가 정말 압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싶다. 정말 술 취한 연기의 마스터다.”

-각본에 대해.
“섬세하게 잘 쓰여진 시나리오 같다. 모든 인물들이 잘 배려를 받고 있는 시나리오라고 해야 할까! 저마다 다 이유가 있는 인물들이 씨줄·날줄처럼 얽혀있는 것이 정말 뛰어난 각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도 시나리오 쓰는 사람으로 부럽게 느껴지는 각본이고. 이런 각본을 딱 이미 손에 쥐고 촬영을 준비할 때는 이미 감독들 입장에서는 정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일 것 같은데 부러웠다.”

-영화에 대한 총평.
“여러모로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인 것 같다. 정말 인간이 악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상처받기 너무 쉬운 거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뒤엉켜서 사니까. 대본을 쓸 때 감독님이 어떤 심정으로 모든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썼는지 보는 사람도 되게 잘 느껴지는 좋은 시나리오고 영화였다. 여러가지 너무 강렬하고 인상적인, 지워지지 않는 이미지들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