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냉전’ 구도…文대통령 한반도 평화구상 ‘시험대’

입력 2017-07-07 16:28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ICBM 도발과 관련해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려고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강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뉴 베를린 선언' 등 포괄적 북핵 해법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3국 정상의 만찬회담 브리핑을 통해 “3국 정상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더욱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해 북한에 훨씬 강화된 압박을 가하기로 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3국 정상들은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중국 측의 적극적 역할의 중요성을 주목했다”며 “한·중 정상회담과 G20 계기 양자회담, 다자회담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 러시아 측과 긴밀히 소통키로 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 강화를 견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지난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미국 주도로 작성된 대북 규탄 성명에 러시아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러시아는 북한이 ICBM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에 대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성명 초안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되면서 향후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도출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과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중국 역할론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는 한국과 북한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문제”라며 “중국에만 역할을 떠넘길 게 아니라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북한과는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 많은 관계변화가 있었다해도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까지 말했다. 시 주석은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한국이 중·한 관계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혀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신냉전 구도가 강화될수록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국 주도권’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대북제재에 반발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강경기조로 돌아설 경우, 반대 급부로 한국은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참할 수밖에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밟는 절차를 통해 중국을 설득하고,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 역할을 주문하려 했던 문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