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18년째 시설에서 생활한 한 여성 발달장애인 이야기 아시나요

입력 2017-07-07 12:49 수정 2017-07-07 18:45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비장애인 언니의 일상과 자립의 여정을 담은 셀프 다큐 <어른이 되면> 의 크라우드펀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른이 되면>은 발달장애인 동생과 비장애인 언니가 함께 살며 일어나는 일상과 동생의 자립 여정을 영상에 담는 프로젝트다.



 영상은 유튜브 ‘​생각많은 둘째언니​’ 채널을 통해 브이로그 형태로 공개되고, 모인 영상을 토대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된다. 

기획자인 언니 장혜영씨는 7일 “한국 사회에서 찾기 어려운 성인 장애인 여성의 일상 서사를 발굴하고, 개인과 가정에게만 편중된 장애인 돌봄 노동의 문제를 조망하기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제목인 <어른이 되면>은 동생인 장혜정씨가 제일 많이 하던 말이다.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녀를 막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서른 살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하지 못한것이 많은 동생 혜정씨는 13살부터 18년간 살았던 시설에서 나와 앞으로 언니와 함께 살아가며 자립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매 시간 돌봄이 필요한 동생이 자립을 준비하며 일상의 생활 패턴을 배워나가는 과정과 장애인이라서 하지 못할것이라 생각했던 해외여행과 카페에서의 독서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내는 모습이 <어른이 되면> 의 영상에 담긴다.

언니 장혜영씨는 동생의 자립 과정을 돕고 일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6개월간 일을 쉬며 그 시간을 오롯이 동생에게 쏟는다. 혜영씨는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가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프리랜서로 일을 해 왔다. 

 동생과 함께 사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서울시의 지원 사업을 알아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일, 18년 전 동생을 시설로 보내야만 했던 일, 그리고 동생의 얼굴에 상처가 나거나 앞니가 나갈 뻔 해도 ‘일일이 신경쓰기 어렵다’라고 말하는 시설 생활과 그 속에서 느낀 언니로서의 고민을 되돌아보며 언니 혜영씨는 국가와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과연 개인과 가정만의 책임인가?”

 동시에 그녀는 “근본적인 사회적 인식과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모두가 힘든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 소개글에서 언니 혜영씨는 다음과 같이 ‘자립' 을 정의한다.

 “‘자립’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는 존재로서 ‘자기다움’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세상속의 자기자리를 찾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립’의 참된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장혜영씨는 동생의 일상을 담은 이 프로젝트가 자립과 공존을 꿈꾸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에게 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함께 전했다. 동생 혜정씨의 ‘자기다움' 을 찾는 여정이 앞으로 자립과 공존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의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할 경우 자매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브이로그는 6개월간 매주 1회 유튜브 ‘생각많은 둘째언니’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GdB-lgTS2sOhJIxgP550qw​) 에 업로드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는 전문 분야의 스탭들이 참가해 2018년 2월말완성된다.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와 후원 방법은 <어른이 되면> 텀블벅 페이지 (​http://www.tumblbug.com/grown_up​)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원은 8월 15일 23시 59분까지 받는다. 목표액은 5000만원이다. 현재 목표액의 20%가량이 모였다. 100%가 도달해야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