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가 기숙사비의 일부를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아 14년 동안 100억원 이상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정작 이 중 기숙사에 쓰이는 비용은 1년에 5천만원 수준이었다.
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경희대학교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경희대 수원캠퍼스는 지난 1998년 기숙사 '우정원'을 민간 투자 방식으로 건립했다. GS건설이 기숙사 건축비를 선투자한 뒤, 20년에 걸쳐 수익금으로 매년 투자비용을 환수해 가는 방식이었다.
이런 이유로 학교 측은 민자 기숙사가 사학진흥기금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기에 기숙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논란이 된 기숙사 '우정원'은 1인실 기준 연간 420만 원, 월 35만 원에 달하는 기숙사비를 받고 있다. 이는 사학진흥재단이 9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저금리로 건축비를 지원해 건립된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행복기숙사'의 기숙사비(월 18만원)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공개된 '우정원 관리 운영 계약서'에 따르면 민자 기숙사의 높은 금리가 높은 기숙사비의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GS건설에 운영을 맡긴 이들은 매년 수익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받아왔다. 운영 계약서 7조1항에는 "GS건설은 운영기간 5년차인 2003년부터 운영기간 종료시(2019년 2월 말일)까지 매년 학교발전기금으로 7억2천만 원"을 내도록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GS건설은 학교 측에 14년동안 100억8천만원을 '기부금 형태'로 지급해왔다.
반면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아온 100억8천만원 중 정작 기숙사 수리로 쓰인 비용은 연간 5천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학교가 챙겨온 '쌈짓돈'이 기숙사비를 납부한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 것도 아닌 셈이다.
이에 경희대 기숙사 관계자는 "기숙사비는 원래 남기면 안된다. 등록금 충분히 받는데 기숙사로 또 장사를 해먹는 게 말이 되냐. 학생들이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논란에 경희대는 "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전부 업체가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부분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 기금은 경희대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