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의 온라인 청원… “제발 관심 부탁드립니다”

입력 2017-07-07 01:25 수정 2017-07-07 11:01

현직 판사가 “법원 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촉구한다”며 직접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6일 전주지법의 차성안 판사는 다음 아고라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 행정처에 의해 작성된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며 “사법부 자정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


차 판사는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진 후 법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세히 덧붙였다. 지난 1일 개인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차 판사에 따르면 판사들의 개인신상을 모아놓은 ‘판사 블랙리스트’ 파일은 지난 3월 법원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탁된 A판사에 의해 드러났다. A판사는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법원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된 당일 겸임해제(원래 법원으로 복귀)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법원 행정처장은 “A판사에 대한 부당한 지시는 없었으며 그 A판사가 원하지 않으므로 겸임해제 사유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대법관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거짓말을 하셨다”고 주장

자료사진. 뉴시스

이후 양 대법원장이 전권을 위임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행정처의 거부로 블랙리스트 파일이 있다고 알려진 컴퓨터 조사조차 해보지 못하고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판사에게 블랙리스트 파일을 알려준 B상임위원은 진상조사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진상위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판사들은 수개월에 걸쳐 판사회의를 열었고,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판사들의 압박 속에 양 대법원장은 지난달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여했다.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찬성 84표 반대 14표로 블랙리스트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결이 통과됐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소집된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없다’는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양 대법원장은 “교각살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냈다. 차 판사는 “대법원장이 모든 위원을 임명·위촉하는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하면서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다”고 썼다.

양승태 대법원장. 뉴시스

차 판사는 “사법부와, 판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현직판사인 저의 부족함에 대한 질책부터 듣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목표인원도 적게 적었다가 용기를 내 늘려보았지만, 여전히 무관심과 냉소에 묻힐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용기를 내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관심을 청원한다”며 “질책할 부분이 있으면 그런 의견도 적어달라. 달게 듣고 고민하겠다”고 했다.

6일 현재 차 판사의 온라인 청원에는 4000여명이 서명했다. 서명 목표 인원은 10만명이다. 청원이 종료되는 24일은 차 판사가 대표자 중 하나로 참석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