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의 '눈물의 궁전'을 6일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시어머니를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는 "제 시어머니께서도 북한에서 피난 내려오신 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계시다"며 "이것이 가슴에 한으로 맺히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친지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 고(故) 문용형씨와 어머니 강한옥(90)씨는 함경도 출신이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12월 흥남에서 미군 선박인 빅토리아호를 타고 경남 거제도에 내려와 임시로 마련된 피란민 수용소에서 생활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때 피란살이 중 태어났다. 이후 1987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2004년 7월 어머니 강씨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6남매의 장녀였던 어머니에게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다.
김 여사가 시어머니를 떠올린 '눈물의 궁전'에도 독일 이산가족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눈물의 궁전은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에 위치한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역' 안의 출입국 심사장이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시절 헤어진 가족들이 이곳에서 만난 후 떠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했다는 사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는 '독일 분단의 일상'을 주제로 한 상설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 여사는 이곳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영상을 관람한 후 "생중계로 봤던 기억이 난다"며 "나뿐 아니라 전 세계가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도 어서 통일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같은 날 '유대인 학살 추모비'도 방문했다. 베를린 한가운데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에 있는 유대인 학살 추모비는 2700여개의 콘크리트 조성물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개인의 삶을 확인하고 추모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장소로 꼽힌다. 이 곳에서 김 여사는 "과거를 덮으려 하지 않고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는 것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앞서 작곡가 윤이상 선생 묘소를 방문해 한국에서 가져온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를 심고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통영은 윤이상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간첩 혐의때문에 고국 방문이 불허됐던 고인이 평생 그리워 했던 곳이다.
박은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