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바퀴에 숨어든 소년… 10㎞ 상공서 12시간 버텨

입력 2017-07-06 15:52
나이지리아 메드뷰 항공의 여객기. 사진=위키피디아

나이지리아 출신 10대 소년이 여객기 바퀴 옆 공간에 몰래 숨어 영국 런던으로 밀입국했다. 소년을 발견한 영국의 공항 관계자들과 항공 당국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은 10㎞ 상공에서 무려 12시간을 버텼다.

AFP 통신은 나이지리아 민간항공청(NCAA) 관리인 샘 아두록보예의 증언을 인용해 소년의 사연을 5일 보도했다. 아두록보예는 “15세 정도로 추정되는 소년이 지난 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출발해 런던으로 향하는 나이지리아 ‘메드뷰(Med-View)항공’의 보잉 747기 바퀴홀더(wheel compartment)에 몸을 숨기고 12시간 동안 날아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아두록보예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조사 중”이라며 “항공 안전을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항공사의 오이보타 오부케 대변인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며 “소년이 어떻게 3만2000피트(고도 9754m) 상공에서 생존할 수 있었는지 미스터리”라고 전했다.

이 소년은 여객기 바퀴홀더에서 무려 12시간을 보냈다. 바퀴홀더는 일반 객실과 달리 난방·산소·기압 등의 조절장치가 없어 비행 고도가 높아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1만 피트 고도에 다다르면 저산소증으로 의식을 잃는다. 기온도 영하 48도까지 내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여객기 바퀴에 숨었던 사람이 비행 과정에서 생존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 연방항공청에서 1996년 발간한 ‘고공의 생존자들: 바퀴에 숨은 탑승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1947~1993년에 총 5명의 고공 생존자가 있었다. 생존자 중 3명은 10대로 한 명은 13세, 두 명은 17세였다.

미연방조사국(FBI)은 2014년 4월에 16세 소년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여객기 바퀴홀더에 숨어 5시간 반을 날아 무사히 도착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소년이 탄 여객기는 3만8000피터(1만1600m) 고도로 날았다.

그러나 이는 희귀한 사례다.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 탓에 나이지리아 국민의 상당수가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과 미국으로 위험한 여행을 감수한다. 문제는 위험한 밀항을 시도한 사람들이 성공할 가능성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에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뉴욕으로 향하던 나이지리아 ‘아릭 에어(Arik Air)’ 여객기 바퀴홀더에서 밀항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어 같은해 11월에도 라고스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여객기에서 항공기 바퀴에 몰래 숨어든 사람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