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넣으려 서리한 당근… 알고보니 '1억' 들인 연구용

입력 2017-07-06 14:26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친구들과 고기 먹을 때 함께 먹으려고 밭에서 당근을 '서리'한 중년 남녀 3명이 5일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이 당근을 캔 밭은 충북대학교가 소유한 농장이었고, 이들이 캐낸 당근 80㎏은 이 대학이 1억원 넘게 들인 품종개발 연구용 당근이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농장에서 당근 80㎏을 호미로 캐 달아난 A(53)씨, B(52)씨, C(48)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이 밭에 들어가 2명은 당근을 캐고 1명은 망을 보며 '서리'에 나섰다. 밭에서 싹쓸이하다시피 당근을 캐낸 뒤 봉지에 담아 달아났다. 일반 당근일 경우 시가 20만원어치였다. 

충북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농장 일대 CCTV 80여대를 확인해 절도범의 도주 경로를 추적했다. 수사 끝에 농장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사는 A씨 등을 체포했다.

이 당근은 학교가 1억2000만원을 들여 연구 중인 당근이었다.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연구팀은 질병 저항성이 강한 신품종 당근을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용 당근이 대부분 사라져 연구에 차질이 빚어졌다. 충북대는 경찰에 신고하며 단순 절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그동안 이 대학 농장에 드나들며 수시로 채소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서 "연구용인줄 모르고 요리에 넣어 먹으려고 훔쳤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기 구워 먹으려고 상추를 뜯으러 갔다가 당근이 보이니 당근을 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이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당근 27개를 회수했다. 연구비 5000여만원이 들어간 파 400뿌리가 사라진 것도 확인해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