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대기업을 압박해 지원을 받으면서도 갑질할 수 있는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였다. 말의 소유주를 놓고 화를 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름을 ‘이재룡’으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최씨의 이런 행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전후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특검이 기록한 이 부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213억원 지급 계약을 맺은 뒤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비와 말 구입비 지원으로 78억원을 지급했다. 특검은 공소장에 “이 부회장이 정씨의 승마훈련 및 승마대회 출전에 사용할 말 등을 구입하기 위해 외형상 삼성전자가 말을 구입해 소유하고, 정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꾸몄다”고 기록했다.
최씨는 “이재룡(용)이 VIP(박 전 대통령)를 만났을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냐. 왜 말 여권에 삼성이라고 적었는가. 삼성을 합치도록 도왔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라고 화를 냈다. 하지만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원하는 대로, 결정하는 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며 최씨에게 사과했다. 모두 언론을 통해 전해진 공소장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이재룡’으로 혼동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뇌물 혐의 공판에 출석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 합병 관련)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세력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진채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