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머그잔 금지’에 떠오른 정우택 ‘유리컵 사건’

입력 2017-07-05 17:59 수정 2017-07-06 08:47
국민일보 DB/뉴시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머그잔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솔선수범’이었다. 그런데 오후 청문회에는 다시 종이컵을 쓰는 김 후보자를 볼 수 있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규정상 머그컵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위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다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오전 청문회에서 머그잔을 사용했고(왼쪽) 오후 속개된 청문회에선 종이컵을 사용했다. 뉴시스

국회법 제 148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머그잔이 금지 품목은 아니지만 김 후보자의 컵을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소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국회의 시각에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 국회에서 유리컵이 흉기로 쓰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다. 이 사건은 5일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회에서 종이컵만 쓰게 된 이유’로 지목됐다.

1996년 9월 20일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던 정우택 의원은 전날 환경노동의원장실에서 여야 간사들과 모여 국정 감사에서의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하다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에게 유리컵을 휘둘렀다. 방 의원의 고향 후배이자 여덟살 어린 정 의원은 “소관부처도 아닌 것을 자꾸만 고집피우는 이유가 뭐냐. 선배면 선배지 되는 소리를 하라”며 대들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에는 정 의원의 행동이 보다 구체적으로 실렸다.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하던 두 사람의 언쟁은 ‘반말 시비’로 번졌다. 화가 난  정 의원은 유리컵으로 방 의원의 머리를 세 차례나 내리찍었다. 방 의원이 피를 흘리자 다른 의원들이 국회 의무실 요원을 불러 응급처치를 했고, 방 의원은 오후에 있던 전체회의에 일단 참석했다고 한다. 방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사과를 요구하자 정 의원은 “사건 직후 사과를 했지만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만행 때문에 국회 조항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법 제148조가 개정된 것은 정 의원 사건이 발생하고 9년이 지난 후다. 개정되기 전 이 조항은  회의실 안에서 흡연, 음식물 섭취, 간행물 열독, 휴대전화 사용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의원 개인들의 양식과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2005년 개정 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