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머그잔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솔선수범’이었다. 그런데 오후 청문회에는 다시 종이컵을 쓰는 김 후보자를 볼 수 있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규정상 머그컵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위험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다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법 제 148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머그잔이 금지 품목은 아니지만 김 후보자의 컵을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소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국회의 시각에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 국회에서 유리컵이 흉기로 쓰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다. 이 사건은 5일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회에서 종이컵만 쓰게 된 이유’로 지목됐다.
1996년 9월 20일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던 정우택 의원은 전날 환경노동의원장실에서 여야 간사들과 모여 국정 감사에서의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하다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에게 유리컵을 휘둘렀다. 방 의원의 고향 후배이자 여덟살 어린 정 의원은 “소관부처도 아닌 것을 자꾸만 고집피우는 이유가 뭐냐. 선배면 선배지 되는 소리를 하라”며 대들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에는 정 의원의 행동이 보다 구체적으로 실렸다.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하던 두 사람의 언쟁은 ‘반말 시비’로 번졌다. 화가 난 정 의원은 유리컵으로 방 의원의 머리를 세 차례나 내리찍었다. 방 의원이 피를 흘리자 다른 의원들이 국회 의무실 요원을 불러 응급처치를 했고, 방 의원은 오후에 있던 전체회의에 일단 참석했다고 한다. 방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사과를 요구하자 정 의원은 “사건 직후 사과를 했지만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만행 때문에 국회 조항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법 제148조가 개정된 것은 정 의원 사건이 발생하고 9년이 지난 후다. 개정되기 전 이 조항은 회의실 안에서 흡연, 음식물 섭취, 간행물 열독, 휴대전화 사용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의원 개인들의 양식과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2005년 개정 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