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국자, 회 뜰 회자 나라를 통째로 회 처먹는 자지...”
“나라를 회 처?”
“일하는 놈 발목잡기, 아니면 말고 폭로하기, 눈 부라리고 막말하기, 남의 허물 들춰내기, 반목질시 생떼쓰기”
“어디 그 뿐인가? 국정농단 감싸주기, 적폐청산 트집 잡기, 심심하면 당파싸움, 걸핏하면 고함질이니...”
“여기에다 똥 누는 눔 주저앉히기 등 놀부도 이 보다 더한 심술은 못 봤다 카데! 이게 나라를 통째 회 처먹는 짓이 아니고 뭐로?!!”
해학과 익살로 사회적 강자의 갑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린다.
흥겨운 풍물에다 덩실덩실 어깨춤, 그리고 걸쭉한 대사가 걸판 지게 이어지고 박장대소하는 관객들과 탈춤꾼들이 한데 빙글빙글 어우러진다. 곧 개봉될 바로 ‘신판 안동 병산탈춤 마당놀이’의 모습이다.
안동하회병산탈춤보존회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안동 향토음식 산업화를 지원하고 전통 병산탈춤 복원을 위한 마중물 성격으로 현대판 병산탈춤 제작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개발사업 공모에 당선된 신판 병산탈춤 제작 사업은 잘못된 세태를 풍자, 비판하고 향토음식 산업화를 지원한다는 기능성 탈춤으로 시대화두인 적폐청산 공감대 확산과 주민소득 증대를 견인한다는 성과가 기대돼 심사위원들로 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병산탈춤이 공연될 경우 안동은 전통 현대 탈춤 2개가 동시에 공연되는 등 탈춤의 다양성 획득으로 명실 공히 국내 탈과 탈춤 문화예술의 중심도시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사또마당’, ‘잔치마당’, ‘과부마당’, ‘도깨비마당’, ‘무당마당’, ‘명절마당’, ‘제사마당’, ‘초상마당’, ‘곤장마당’ 등으로 이어지는 병산탈춤은 하회탈춤 마당놀이와 소재가 겹치지 않고 민초들의 삶과 직결된 방향으로 제작된다.
대본은 사회적 강자들의 갑질에 지친 민초들의 애환과 사라져 가는 전통 풍물을 바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김준한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현실 비판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탈춤의 흥행성을 획득, 예산 소진형 공연이 아닌 각설이 공연처럼 공연 재정자립도가 높은 탈춤 제작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동하회병산탈춤보존회 김성년 사무국장은 “하회탈춤이 정통성 있는 클래식 탈춤이라고 하면 병산탈춤은 대중성이 강한 재즈식 탈춤”이라며 “지역 90개 문중 종가집 안마당을 주공연장으로 해 향토음식 산업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전천후 가설공연 기능성 콘텐츠로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려 중엽부터 시작된 병산탈춤은 하회탈춤과 마찬가지로 1900년대 초 일제 조선총독부의 우리문화 말살정책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하회탈춤은 1970년도 당시 유한상 안동문화원장의 창작 대본을 근거로 복원에 나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지만 병산탈춤은 지금까지 복원되지 못하고 탈만 국보 121호로 지정돼 있는 실정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