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근혜 심정은?… ‘송혜교·송중기 결혼’에 얽힌 세 키워드

입력 2017-07-05 13:04
배우 송중기(왼쪽)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4월 11일 서울 청게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케이스타일허브 개관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배우 송혜교(36)와 송중기(32)가 결혼한다. 송혜교 소속사 UAA, 송중기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이 10월 31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5일 밝혔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아시아의 연인이 됐던 두 배우는 3개월 뒤 울릴 웨딩마치로 극중 사랑을 현실에서 완성한다.

키워드 1. 부인(否認)

KBS는 지난해 2월 24일부터 같은 해 4월 14일까지 2TV에서 태양의 후예를 16부작으로 방영했다. 태양의 후예는 군인과 의사가 파병 주둔지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 닐슨코리아 기준 평균 시청률 38.8%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주연은 송혜교와 송중기. 두 배우는 ‘송송커플’로 불렸다. 시청자들이 두 배우의 성을 붙여 만든 애칭이다.

드라마는 이미 15개월 전 종영했지만 그 여운은 두 배우를 연인으로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길었다. 열애설이 처음 불거진 시점은 드라마가 방영 중이던 지난해 3월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미국 뉴욕에서 쇼핑하는 두 배우를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오면서였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에서도 두 배우의 이름은 수차례 오르내렸다.

한류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국은 두 배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중국 시나닷컴은 지난달 19일 “두 배우가 사간 차이를 두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양측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둘러댔지만 한 달 만인 이날 결혼을 알린 보도자료를 배포해 입장을 뒤집었다. 한 달 전까지 동료이자 친구라던 송송커플은 결국 결혼 소식으로 교제를 인정했다.

2016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송중기(왼쪽)와 송혜교. 국민일보 DB

키워드 2. 싱가포르

태양의 후예는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 콘텐츠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히트작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나타났다. 송송커플은 그동안 열애설을 부인했지만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연인’이었다.

유독 싱가포르의 반응이 뜨거웠다. 군사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중국 일본과 다르게 싱가포르는 태양의 후예에서 다뤄진 한국군의 ‘파병’ 이슈에 민감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가 방영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부 차원의 제재까지 가해졌다.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교전권 회복을 노리는 일본에서도 이 드라마를 편안한 시선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싱가포르의 분위기는 달랐다. 싱가포르 언론은 정론지나 대중지를 가리지 않고 태양의 후예를 집중 조명했다. SNS와 포털사이트엔 싱가포르 이용자의 송중기 팬클럽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사용된 옛 미군 주둔지 파주 캠프그리브스(2007년 한국 반환)는 싱가포르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싱가포르는 한류 팬이 많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 하나였다. 태양의 후예를 계기로 중요한 한류 콘텐츠 소비국이 됐다. 지난 3일 싱가포르 의회에서 리콴유 전 총리 자녀의 재산싸움을 한국드라마에 비유해 비판한 리우 청 치앙 노동당 총재는 획일적으로 막장드라마만 쏟아내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냉소를 담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말을 통해 현지에서 높아진 한류 콘텐츠의 인기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송혜교(왼쪽)와 송중기가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 KBS 제공

키워드 3.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1일 문화융성위원회 회의에서 태양의 후예에 대해 “콘텐츠 산업과 제조업의 동반성장 효과를 보여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모범사례”라고 호평했다. 당시 태양의 후예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한류 콘텐츠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치하’는 송혜교 진구 김지원 등 다른 배우나 이응복 백상훈 등 연출자, 김은숙 김원석 등 작가보다 유독 송중기에게만 집중됐다.

그날은 서울 도심에 세워진 한류체험장 ‘케이스타일허브’ 개관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두 달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케이스타일허브’ 건물 입구에 입간판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입간판의 주인공은 송중기였다. 송중기의 발자취를 조명한 영상을 제작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태양의 후예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는 ‘태양의 후예 홍보자료를 보완하라’는 메모가 적힌 안 전 수석의 수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송중기에 대한 ‘팬심’으로 케이스타일허브의 구성과 분위기를 직접 지시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쪽으로 시선이 돌아간 이유는 그래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