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위안부' 촬영 영상 첫 발굴

입력 2017-07-05 11:55 수정 2019-08-29 15:14
1944년 중국 송산에서 생존해 있던 한국인 위안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최초로 발굴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2년여간의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했다며 5일 언론에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여성 7명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중연합군 산하 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거나 두려운 표정을 띤 채 침묵하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영상 속 인물들을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2000년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은 연합군이 이후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이름이 올려진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이었던 에드워드 페이 병장(추정)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태평양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치닫고 있던 1944년 6월, 미·중연합군은 일본군이 점령한 중국의 송산, 등충, 용릉 등을 공격했고, 9월 7일 송산을 점령했다. 당시 송산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의 포로로 잡혔다. 이때 미군 사진병에 의해 촬영된 위안부 사진은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됐고, 교과서에도 실렸다.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위안부들은 이후 중국군이 쿤밍 포로수용소로 데려갔다. 이때 작성된 ‘쿤밍 포로 심문 보고서’를 보면, 포로수용소에 조선인 25명(남자 2명 포함)이 구속되었는데, 조선인 가운데 10명은 송산 지역의 위안소에서 체포된 위안부들이었으며, 13명은 등충의 위안소에 있었던 위안부들이었다.

중국 송산 일본군 위안소에서 1944년 9월에 미군 병사에 의해 촬영된 사진.

중국 송산 일본군 위안소에서 1944년 9월에 미군 병사에 의해 촬영된 사진.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