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함께 일본 후쿠오카의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었다가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던 한국인 관광객이 5일 국민일보에 그 카메라에서 확보한 영상 캡처본을 보내 공개했다. 그는 "몰카가 설치된 숙소의 주인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나이로 추정되는 일본인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 숙소에서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가 천장에서 화재경보기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며 지난 2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당시 '화재경보기'의 초록 불빛이 정확히 침대를 향하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 그 화재경보기와 똑같이 생긴 몰래카메라 제품이 시중에서 팔리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에 천장에서 화재경보기에 떼어내 확인한 결과 자신과 여자친구가 방 안에 있는 모습이 전부 담긴 영상을 찾아냈다.
몰래카메라에 녹화된 피해자와 여자친구의 영상 파일은 135개였다. 카메라는 자동동작감지센서가 부착돼 있어 사람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적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기종이었다. 한 번 움직임이 감지되면 1분 단위로 촬영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피해자가 몰래카메라의 SD카드를 꺼내 휴대전화에 삽입한 후 확인해본 결과 다른 사람의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는 "우리 영상이 담긴 폴더 외에도 유사한 이름의 폴더가 하나 더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 폴더가 A라면 다른 폴더는 B였다. 영상은 이미 비워진 상태였지만 두 폴더가 연속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은 정확히 침대를 찍고 있었으며 얼굴 표정이 선명하게 보이고 대화 내용이 전부 들릴 정도였다"며 "숙소 앞에서 주인에게 열쇠를 전달받아 입실한 순간부터 관광을 위해 외출 후 다시 들어와 몰카를 발견하기까지 전부 찍혀 있었다"고 밝혔다.
몰카 발견 후 피해자는 한국 대사관을 통해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후 약 30분 만에 경찰 2명이 찾아왔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언어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조사 받는 내내 대사관에 전화 걸어 통역을 부탁드렸다"며 "신고 후 조사 시간이 총 7시간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이어 "조서 작성이 오전 11시20분쯤 끝나 새로운 호텔을 예약했는데 입실이 3시부터였다"며 "그동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현지 경찰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가해자 처벌 수위는 벌금형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는 "한국이 아니어서 현지 경찰이 나와 여자친구의 피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매우 불안했다"며 "말로만 듣던 몰카에 직접 찍힌 것을 알았을 때 정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여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도 했다.
몰카가 발견된 곳은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고 다른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아 이용객이 많은 인기 숙소였다. 온라인에는 긍정적인 반응의 후기글이 대부분이었으며 피해자가 묵은 날 이후에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에어비앤비 측에 증거 사진과 영상을 제출한 후 이 숙소 주인은 에어비앤비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은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