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사진을 음란한 이미지에 합성해 유포하는 ‘지인 능욕’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합성 사진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시장’이 형성됐고, 피해 여성의 개인정보를 합성 사진과 함께 유포하는 SNS 계정이 성행 중이다. 이에 맞서 ‘합성 사진 신고 계정’까지 등장했지만 실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친구의 합성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네티즌은 “요즘 지인의 SNS에 있는 사진을 제보하면 야동 배우의 알몸 사진과 합성한 후, 지역·실명·나이·학교·학과까지 기재해 모욕적인 글과 함께 유포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아느냐”며 “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음란물에나 나올 법한 자세의 성인배우 알몸 사진과 합성돼 유포됐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과 1년간 사귀어 온 남자친구였다고 한다. 글쓴이는 합성사진이 유포된 사이트가 해외에 기반을 둔 곳이어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매주 심리상담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합성사진을 제작·유포하는 SNS 계정은 지난해 대형 음란물 공유 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되면서 빠르게 늘었다. 이들은 ‘지인 능욕’ ‘합사(합성사진)’ 등의 이름을 내걸고 연예인·일반인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아무런 제재 없이 올리고 있다. 피해 여성의 이름, 나이, 직장 등을 언급하며 수위 높은 성희롱도 벌어진다. 한 트위터 계정은 의뢰 남성의 익명을 보장한다면서 피해여성의 개인정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에는 합성사진 유포에 맞서는 ‘지인·연예인 합성 신고 계정’도 등장했다. 합성사진을 제작하거나 그런 류의 음란물을 게시하는 계정을 공개해 네티즌의 신고를 유도하는 계정이다. 매일 수십여개의 SNS 주소를 공개하는 운영자는 4일 “여러분의 도움으로 꽤 많은 계정이 정지됐다”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신고해 달라. 그러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2013년 다비치 멤버 강민경의 얼굴로 ‘술집 접대’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가해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일반인의 개인 정보가 담긴 영상, 사진 등을 온라인상에서 거래하는 것은 음란 정보 유통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인은 합성 사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포자가 계정을 삭제하거나 게시물을 지울 경우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유포됐는지는 영영 알 길이 없다. 가해자는 네티즌들의 신고로 SNS 계정이 정지돼도 새로운 계정을 만들면 그뿐이다. 합성 사진뿐 아니라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사이버 성범죄의 특성이다.
SNS를 기반으로 한 ‘지인 능욕’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10~20대 여성이다. 피해자만큼 가해자의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4일 광주교육청에 따르면 고등학생 A군은 최근 여자 동창생의 사진을 알몸 사진으로 제작하려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넘겨졌다. A군은 여자 동창생의 페이스북 사진을 합성 사진 블로그 운영자 B씨에게 보냈고, B씨는 5만원권 상품권을 요구했다. A군이 끝내 비용을 지불하지 않자 B씨는 이 사실을 피해 여학생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