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전 U-20(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성인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이끌 소방수로 최종 낙점된 신 감독은 지난달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의 뒤를 이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7년 6차 기술위원회를 통해 신 감독을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다. 대표팀 코치진은 신 감독이 직접 구성한다.
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조 2위를 해야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신 감독은 대표팀이 조 3위로 본선 직행에 실패해도 사령탑 신분을 유지하며,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진출을 노린다.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은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 지냈고,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잘 안다는 점을 높게 샀다. 활발한 소통 능력을 앞세워 단시간에 팀 분위기와 응집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신 감독을 발탁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일단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가 중요하다. 신 감독은 전술 능력도 좋아 남은 시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며 “기술위에서는 2018 월드컵을 잘 치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대표팀 내 소통 문제로 불협화음을 냈다. 이에 기술위는 현 대표팀 상황에서 팀을 아우르는 ‘소통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선수들과 지도자의 소통, 즉 한 덩어리가 되지 못한 게 대표팀의 문제점이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과 기량은 충분하다. 신 감독이 대표팀 코치 경험이 있어 빠른 시일 내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이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지난달 막을 내린 U-20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치른 경험도 높게 평가됐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이 계속 팀을 바꾸면서 감독과 코치를 맡았는데 그게 모두 지도자 경험이다. 조금 더 경기를 치르면서 지도력과 팀 운영 능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지난 U-20 월드컵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는 부분을 신 감독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은 다르다”며 “신 감독과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승점 13)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는 승점 1점차다. 조 2위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승점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월드컵 본선 직행은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5일)과의 최종예선 9, 10차전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김 위원장은 “조 3위를 하는 결과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들 기량을 한 곳으로 모아서 9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오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는다.
파주=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