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학생회비 1900만원 몽땅 건네준 외대 학생회

입력 2017-07-04 15:43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한 단과대학 총학생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휘말려 학생회비 1900만원을 일당에게 현금으로 넘겨줬다. 교비, 학생회비, 집행부운영비 통장을 모두 사무국장인 한 학생 명의로 개설해 관리했는데, 이 학생이 보이스피싱에 휘말리며 막대한 금액을 잃게 됐다.

한국외대의 한 단과대 학생회는 3일 공식 페이스북에 '○○○대학 집행부운영비 통장 및 교비 통장 보이스피싱 사건 관련 입장서 및 경위서'를 올렸다. 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집행부 운영비 통장 및 교비 통장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해 학우들에게 알려드리고자 입장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단과대 학생회는 교비, 학생회비, 집행부운영비 통장을 모두 학생회 재정 담당자인 사무국장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해왔다. 올해 초 학생회가 출범한 이후 사무국장 한 사람이 모든 재정사무를 집행해 왔다.

지난달 30일 사무국장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사무국장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에 악용돼 고소·고발장이 접수됐고, 범죄 연루를 막기 위해 해당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넘겨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학생은 교비 통장과 집행부운영비 통장에 들어 있던 총 1900만원을 모두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현금으로 건네줬다.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한 것을 알게 된 이 학생은 사건 당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신고했고, 이달 1일 단과대 학생회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이달 31일까지 전액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학우들에게 입장서를 통해 사실을 알린 단과대 학생회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이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학생회의 재정관리 허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보완책을 마련해 더욱 투명하고 안전한 재정관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외대 학생회의 '금융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올 들어 총학생회 공금 224만원 횡령 사건이 있었고, 다른 단과대 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교비지원금 중 450만원을 보이스피싱 당한 뒤 은폐하기 위해 허위 영수증 발급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 발생한 횡령·보이스피싱 사건 중 세 번째이자 가장 큰 액수인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학생회에 경각심과 투명한 회계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