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부부 최후 변론서 눈물… 남편 "지켜주지 못해 무력감"

입력 2017-07-04 10:19 수정 2017-07-04 11:27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시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리스트에 오른 개인과 단체에 정부지원금을 부당하게 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변호인인 남편 박성엽(55) 변호사가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결심 공판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 도중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조 전 장관은 “탄핵 당한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특검 측의 주장은 참기 힘들다”며 흐느꼈다.

남편 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온 이후 하루하루 안타까움에 시달렸다”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특검 조사를 받고보니 정말 많은 오해가 쌓였구나 생각했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영장실질심사 당일 조 전 장관에게 잘 다녀오라고 했으나 그날 이후 집에서 볼 수 없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박 변호사 옆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조 전 장관도 눈물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생 후회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 전념하고, 하느님 뜻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저와 동일한 상황에 놓이면 아마 똑같이 했을 것이다”라며 울먹였다.

박 변호사는 끝으로 “조 전 장관이 구속된 후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지켜주겠다’ 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라며 변론을 마쳤다. 조 전 장관은 준비한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이어 부부는 서로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11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이들은 헌법이 수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고, 네편과 내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켰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을 입을 막는데 앞장섰다”며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