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매일 사랑의 밥 나눔과 행정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는 살맛나는교회(이병선 목사).
이 교회 담임 이병선 목사가 소외계층을 보다 적극 돕게 된 것은 살맛나는공동체를 설립하고나서부터다.
이 목사는 지난 해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비영리 공익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다. 그것이 바로 사단법인 살맛나는공동체이다.
그는 3년 전부터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자, 무의탁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까지 서울시내 3개 구청의 12개동 지역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과 반찬 나눔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목사는 아울러 서울특별시 용산구청에 정식으로 행정사무소 허가를 받아 상담을 통해 노숙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주고 있다.
홈리스인 J씨는 1년 전 신분증을 빌려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낯선 이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려 주었다. 몇 달 후 자신명의의 대포차 2대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근심과 걱정의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 이 목사를 찾게 됐고 일목요연하게 제출한 관련 증빙서류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한 사람 명의로 대포폰 4대가 만들어진 예도 있었다. 노숙인 K씨는 얼마 전 채권 추심기관으로부터 채권추심 요청을 받았다. 4대의 핸드폰 요금 체납으로 독촉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요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돼 노숙생활을 정리할 길이 더욱 요원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K씨도 이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 목사가 국민권익인권위 통신조정위원회에 서류를 보내 조정신청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
지적장애 3급인 L씨도 명의만 빌려주면 매달 돈을 통장에 넣어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졸지에 2개 곳의 단란주점의 바지사장이 돼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를 받고 급기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행정사인 이 목사는 1․ 2차에 걸쳐서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결국 재판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이 목사가 이처럼 노숙인 등 소외 계층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잊지 못할 사건이 있다. 2013년 2월 15일 평소 교회를 출입하던 김길선 자매가 스스로 한강에 투신하였다는 비보를 접했다.
그 자매가 남긴 유언대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병원을 찾아갔을 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아 한참을 입구에서 머뭇거렸다.
영안실에서 파리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자매를 보고 사역 방향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됐다.
1년 전부터 자신의 명의로 된 대포폰과 대포차로 인해 채권추심기관과 행정관서로부터 끈질긴 채무이행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도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귀담아 듣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자매는 급기야 불면증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넘어 심한 조울증에 시달리게 됐다. 결국 인생을 포기하고 그 추운 겨울에 자신의 몸을 강물에 내 던지고 말았던 것이다.
살맛나는공동체를 통해 수혜를 입은 노숙인 숫자는 대략 800여명에 달한다. 상담소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료급식과 커피와 차, 그리고 항상 잔잔한 찬양의 음악과 함께하는 카페 형태로 꾸며져 있다.
이 목사는 “노숙현장에서는 인생의 끝에 다다랐다고 믿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유혹은 대단하다”고 했다.
또한 “취업을 미끼로 사기수법에 걸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단돈 몇 만 원에 신분증을 팔아 자신도 모르게 여러 곳의 유흥주점 바지사장이나 유령회사 대표로 등록돼 법적 책임에 내 몰리는 경우도 있다”며 주위를 당부했다.
지명 수배자나 신용불량자가 되면 노숙생활을 벗어나 사회로 복귀하는 재활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담을 통해 얻은 노숙인 대상 범죄유형을 공개해 또다른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이 목사는 “노숙인 사역의 방향이 이제는 ‘구제사역’에서 ‘재활사역’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재활의 기초 환경이 되는 행정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말소된 주민등록을 회복하거나 연고자를 찾아 인후보증서를 받아 사망신고 처리된 호적을 복원시키는 신분 회복이 우선 이뤄져야한다”며 “노숙자의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 당사자가 몰랐던 동산․부동산 관련 재산권 회복 역시 필요 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실제 재산권 회복 지원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의 노숙인 재활사역의 바탕은 상담이다. 국가공인 행정사 자격증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재활사역에 있어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문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범죄상담과 민사상담 ․ 채무상담 ․ 건강상담 ․ 사생활상담 등을 통해 노숙환경에서 이들을 분리해 나가는 과정마다 등장하는 족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의료분쟁과 대출사기사건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교회 내 풍부한 전문 인력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특히 노숙인 가운데는 대학 강사나 교육공무원과 같이 다양한 직업군에 에 있다가 어려움에 처한 경우도 많아 이들에게 신뢰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상담의 전문성을 제고해 나가기 위해 7년 6개월간 노인상담을 한 경력을 바탕으로 하루에 4!5명, 한 사람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 상담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추가 상담일정을 잡아 문제를 꾸준히 해결해 나가고 있다.
혼자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간혹 협력자의 도움으로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천주교 산하재단인 (재)바보의 나눔으로부터 중고 급식차량구입비 1000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막상 중고차량을 구입하려고 10여 차례 중고매매상사를 찾았으나 허위매물이 많았다. 쓸 만한 차량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고심하고 있던 중 차량구입에 어려움을 인지하게 된 독지가로부터 차량구입비를 후원받아 새 차를 계약하게 됐다. 광화문에서 법무사업을 하고 있는 김윤곤 법무사가 1500만원을 흔쾌히 후원해 냉장탑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 목사가 보살핀 노숙인 중에는 재활의 길을 터 준 끝에 결혼한 남녀가 있다. 또 40이 다 된 늦깍이 나이에 중학교에 입학해 꿈을 키우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노숙생활에서 벗어나 취업을 하고 신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형제도 있다.
급식과 잠자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복지지원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1차적인 구제사역에서 재활사역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이 목사는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줄 때 살맛을 느낀다. 자력갱생의 길에 들어선 성공적인 모델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