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지고 싶다”… 배우 변요한의 무한열정 [인터뷰]

입력 2017-07-03 21:49 수정 2017-07-03 21:56
CGV아트하우스 제공

진심, 본질, 진정성…. 배우 변요한(31)이 자주 쓰는 단어 몇 가지. 그가 얼마나 곧고 빳빳한 사람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물론 매사에 그리 재미없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기를 대할 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때, 그는 좀 더 진중하고 깊어질 뿐.

“동년배 연기자들 중에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최고로 진지한 친구인 것 같아요.” 영화 ‘하루’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김명민(45)의 평가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SBS·2015)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 작품으로까지 이어졌다. 김명민이 직접 변요한 캐스팅 제안을 하고 무려 3개월을 기다린 끝에 출연이 성사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기라성 같은 선배님이 그렇게 배려해주시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며 “당시 결정돼있던 차기작이 있어서 결정이 늦어졌는데 기다려주셨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루’는 끊임없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타임루프(time loop) 소재의 영화다. 극 중 변요한이 연기한 소방공무원 민철은 아내(신혜선)의 사고사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남편. 같은 사로로 딸을 잃은 의사 준영(김명민)과 함께 매일 같은 하루를 돌며 시간의 둘레를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변요한은 “타임루프 영화는 이미 많이 나왔잖나. 질린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나부터도 타임루프와 타임슬립의 차이를 공부했다”면서 “그러다 깨달은 건 이 영화의 핵심이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우리 영화는 사람만 나온다. 사람의 사건을 사람이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타임루프는 장치일 뿐이에요. 드라마적으로 봤을 때 달려 나가고 싶은 지점이 분명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통해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 이기적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죠. 그리고 결국은 용기와 용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것이 시간반복을 끝내는 열쇠이기도 하고요.”

변요한은 계산해서 연기하는 타입이 아니다. 인물과 상황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한다. ‘하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당한 아내의 처참한 모습을 마주한 신에서는 특히 끌어 오르는 감정 그대로를 표현했다. 사고차량 안에 쓰러져있는 아내를 꺼내고 싶다는 마음에 벽돌로 유리창을 깨부수거나 분에 못 이겨 보닛이 찌그러지도록 주먹으로 내리치거나.

연기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물음에 변요한은 “딱히 (역할에) 들어갈 것도 없고 빠져나올 것도 없다. 일은 일일 뿐”이라며 웃었다. “촬영 끝나면 바로 친구들이랑 만나서 빙수 먹고 노래 부르면서 집에 가고 그래요. 하하. (버티려면)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을 함께하면서 변요한은 김명민에게 “연기를 몇 년이나 하셨느냐”고 물었단다. “20년 했다”는 답에 그는 “그게 가능하느냐”며 놀랐다고. 변요한은 “나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게 나의 가장 큰 숙제”라며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기복 없이 연기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죠. 정답이 쉽게 나오진 않아요. 다만, 김명민 이성민 이경영 등 선배님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클래식한 게 제일 멋있잖아요.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고요. 그 본질은 뭐냐고요? 진심으로 연기하는 거요.”

전작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2016)를 함께한 김윤석, 두 작품 연이어 호흡을 맞춘 김명민이 변요한을 두고 공통적으로 내놓은 평가는 “연기의 기본을 아는 배우”란 칭찬이다. 그렇다면 ‘연기의 기본’이란 뭘까. 변요한에게 물으니 “작품, 그리고 선배에 대한 예의”라는 답이 돌아왔다.

변요한은 “예의를 지키는 것이 내게는 (배우로서의) 열정인 것 같다”며 “선배님들이 지나오신 좋은 발자취를 따라가되 내가 좀 더 열정적이었으면 좋겠다. 더 뜨거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뜨겁고 싶다”고 했다.

급하게 달리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는 그의 심장은 지금도 뭉근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