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에어컨 못쓰게 비닐로 싸맨 아파트… “너무 하네”

입력 2017-07-03 17:50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도록 ‘봉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경비원들의 에어컨 사용을 막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대전에 살고 있다는 네티즌은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아침 경비실에 밀린 택배를 찾으러 갔다가 기겁했다”면서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검정 비닐봉지로 꽁꽁 싸매진 모습이다. 에어컨 밑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계량기까지 설치돼 있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이 에어컨은 입주민들이 아닌 아파트 도색업체에서 달아준 것이었다. 그는 “아파트 경비하시는 분들 계신 곳이 주차장 가운데라 늘 덥고 추워, 에어컨이 있으면 여름이라도 시원하겠다 싶었다”며 “에어컨을 사용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경비실 에어컨에 문제제기를 한 건 아파트의 일부 동대표들이었다. 글쓴이는 민원을 제기해 “비닐과 계량기를 제거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비밀과 계량기가 그대로 방치될 경우 다른 방법으로 꾸준히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경비실 에어컨을 둘러싼 아파트 입주민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아파트에선 일부 주민이 ‘수명이 줄어든다’ 등의 황당한 이유를 들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이에 또 다른 주민은 반박 전단을 붙이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황당한 이유를 들어 경비실 에어컨 설치는 반대하는 전단(왼쪽)과 이에 반박하는 전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반면 지난달 춘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경비실 4곳에 에어컨을 선물했다. 당시 관리비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주민들이 낸 에어컨 설치 비용은 한 가구당 2700원, 매달 전기 요금은 250원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매달 7000원의 관리비 부담을 감수하고, 해고된 경비원 2명을 다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