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6년, 김소영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이 국가와 국민에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이들의 잘못은 박근혜 정권에서 장관과 수석비서관, 비서관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의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 네 편 내 편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려 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관련 단체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게 조치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운영토록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은 문체부 특정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장관 또한 국회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출석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등 거짓으로 증언한 혐의 역시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책임은 통감하지만 범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피고인신문에서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겠다”면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조 전 장관도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를 보고받은 바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