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세계유산 인공섬 ‘난마돌’… 3호 태풍 명칭 된 까닭

입력 2017-07-03 14:37
미크로네시아 폰페이 남동부 인공 섬 난마돌. 유네스코

제주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는 올해 3호 태풍에는 ‘난마돌(Nan Madol)’이란 이름이 붙었다. 미크로네시아가 태풍위원회 회원국 자격으로 이 이름을 제출했다. 미크로네시아는 적도에 걸쳐 있는 서태평양 연방국. 난마돌은 지난해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미크로네시아 유일의 유적지다. 그런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이기도 하다. 미크로네시아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파괴 위험을 알릴 목적으로 태풍 명칭에 난마돌을 적어 제출했다.

1. 난마돌은 무엇인가

미크로네시아는 서태평양 북위 6도에 있는 607개 작은 섬들의 연방 공화국이다. 적도 북쪽에 있지만 아시아가 아닌 오세아니아에 속한다. 미크로네시아의 중심은 폰페이.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도 가장 많다. 면적은 연방(702㎢)의 절반 수준인 345㎢다. 2015년을 기준으로 약 11만명인 연방 전체 인구에서 3분의 1에 달하는 3만4000명이 이 섬에 거주한다. 16세기 스페인 탐험가들을 만나면서 외부 문명과 처음 접촉했다. 그 전까지 별도의 언어와 문명을 가진 원주민의 왕국이었다.

난마돌은 폰페이 남동부에 위치한 유적지다. ‘태평양의 베니스’로 불린다. 베니스는 운하가 시가지를 관통하는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영어 명칭이다. 난마돌은 92개의 인공 섬으로 이뤄졌다. 폰페이 남동부 해안에 촘촘히 건설된 이 인공 섬들의 풍경이 운하 도시 베네치아처럼 보여 ‘태평양의 베니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폰페이는 지금 태평양의 휴양 섬이 됐지만, 난마돌은 수세기의 방치로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지 못했다.

미크로네시아 폰페이 남동부 인공 섬 난마돌. 유네스코

2. 수수께끼로 가득한 ‘태평양의 베니스’

난마돌의 수수께끼는 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이 섬에서 100여개의 인공 섬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섬은 현무암을 깎아 기둥과 테두리를 만들고 그 사이 산호와 작은 돌을 채운 형태로 지어졌다. 난마돌에서 가장 대표적 유적인 다우스는 그 높이만 8m에 달한다. 난마돌은 폰페이어로 ‘사이의 땅’이란 뜻. 17세기까지 폰페이를 지배했던 사우델레우르 왕조가 이 인공 섬들을 건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적은 있지만 기록은 없다. 난마돌과 관련한 이야기는 원주민의 구전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구전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난마돌은 6세기부터 16세기까지 1000년 동안 건립됐다. 왕정과 제사를 위해서였다. 사우델레우르 왕조는 토속신앙을 바탕으로 강한 왕권을 가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왕권이 붕괴되면서 폰페이는 여러 부락으로 나뉘었다. 난마돌은 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그 사이 아열대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지반 침식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제3호 태풍 난마돌 예상 경로. 국가태풍센터 그래픽

3. 올해 발생한 세 번째 태풍

태풍위원회는 강력한 열대성저기압, 즉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회원국으로부터 제출받은 명칭을 붙인다. 태풍의 호수는 발생 순서를 의미한다. 태풍 난마돌의 호수인 제3호는 올해 발생한 세 번째 태풍이라는 뜻이다.

제1호 태풍은 지난 4월 25일 오전 9시 필리핀 동해상에서 발생해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사흘 만에 소멸한 무이파(Muifa)였다. 매화라는 뜻으로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제2호 태풍은 지난 11일 필리핀 서해상에서 출현해 홍콩을 관통하고 13일 오후 3시 중국 남부에서 사라진 므르복(Merbok). 말레이시아어로 비둘기다.

제3호 태풍 난마돌은 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270㎞ 해상에서 북북동진하고 있다. 장마전선과 함께 북상하면서 한반도의 긴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했다. 이날 밤 9시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약 410㎞ 해상까지 접근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 이후 일본 열도 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쿄 해상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난마돌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