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친일 부역자” 송경동 시인 미당문학상 후보 거부

입력 2017-07-03 10:25
송경동 시인(50)이 미당문학상 후보를 거부했다고 알렸다. 친열 부역자인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과 자신의 시가 도대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한 심정도 숨기지 않았다.

송경동 시인 페이스북 캡처.

송 시인은 2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당문학상 후보를 거부한 사연을 상세히 올렸다. 

그는 “OO일보에서 ‘2017 미당문학상’ 후보로 올리려 한다며 전화를 해왔다”면서 “적절치 않은 상이라고 했다. 3000만원짜리 문학상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데 거부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당을 친열에 부역하고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자라고 비판했다.

송 시인은 “미당의 시적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친일 부역과 5.18 광주학살과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그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이”이라면서 “그를 기리는 상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 말미에라도 내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자신의 삶과 미당의 삶은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송경동 시인 페이스북 캡처

“그건 어줍잖은 삶이었더라도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한 부정이고,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 왔고, 살아가는 벗들을 부정하는 일이며, 식민지와 독재로 점철된 긴 한국의 역사 그 시기동안 민주주의와 해방을 위해 싸우다 수없이 죽어가고, 끌려가고, 짓밟힌 무수한 이들의 아픔과 고통 그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을 후보로 넣으려고 했던 심사위원단을 겨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더 의아스러운 건 내 시를 그들이 오독한 일이다. 내 시를 존중해 주는 눈과 마음이 있었다면 도대체 나와 미당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때론 더 긴 시간 평행선을 달리며 만나지 말아야할 아름다운 인연도 있다. 조금은 외롭고 외지더라도 내가 걸어보고 싶은 다른 길이 있다.”

1967년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출생인 송 시인은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고 르포 작가 박수정과 결혼했으며 용산참사 때 구속된 철거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했다. 그는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정진우와 2011년 11월 15일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미당 서정주. 국민일보DB

송 시인의 페북에는 응원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3000만원보다 더 값어치 있는 거부”라거나 “송경동 시인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진정 이 시대 스승님”이라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방학진 사무국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연구소는 미당문학상을 비롯해 수많은 친일파 이름을 딴 문학상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