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7시간 늦어진 이유… 트럼프 ‘자유 알러지’

입력 2017-07-03 09:49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배포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은 공동 기자회견 전에 배포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7시간이 지나서야 배포됐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배포 지연은 ‘자유(free)’라는 표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간 공동성명 문구에 대한 합의가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free'라는 단어 하나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참모들이 논의하면서 공동성명 발표 시점도 늦춰졌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공동성명 배포를 앞두고 급히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찾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 단계부터 긴밀히 소통한 두 사람은 공동성명 발표를 앞두고 세부적인 부분을 최종 확정해야 했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뒤에도 맥매스터 보좌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청와대 측에서는 ‘공동성명이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뒤늦은 정 실장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free and fair trade) 문구에서 ‘자유롭고(free)’ 부분을 삭제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의 여섯 항목 중 세 번째 항목인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공정한 무역(Advancing Fair Trade to Promote Economic Growth)’에서 당초 ‘자유로운(free)’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앞세우면서 ‘자유’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자유무역 지지자는 반미주의자”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당초 들어갔던 ‘자유무역(free trade)’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겐 불편한 표현이었다.

또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사전에 조율돼 있었지만, 미국 측에서 마지막까지 서명하지 않은 점도 공동성명 배포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청와대에서 본문에서 ‘자유’라는 표현을 빼기로 합의하는 등 정 실장이 정리하면서 상황은 수습됐고, 7시간이 지나서야 공동성명이 배포될 수 있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