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10만명 전사자 유해 한반도에 묻혀” 세계 유일의 적군묘지를 아시나요

입력 2017-07-02 21:03
인천대 중국학술원이 펴낸 웹진 ‘관행 중국 7월호’에 유장근 경남대학교 역사학과 명예교수가 쓴 ‘적군묘지와 한·중 관계의 이면’이라는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 교수는 이 글에서 “한국과 중국이라는 양국의 관계는 수천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며 “한국전쟁은 양국의 역사에서 정면으로 군대가 부딪쳤다는 비극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어두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파주군 적성면에 위치한 적군묘지. 2개의 묘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묘역에는 북한군이, 2묘역에는 북한군과 중국군이 묻혀 있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적군의 무덤이다. 유장근 교수. 관행 중국 7월호 재인용


유 명예교수는 “지금은 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적군묘지에 묻혀 있는 중국군의 유해를 송환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측에 통고했다”며 “외교용 선물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 명예교수에 따르면 북한군과 중국군의 유해가 묻혀있는 적군묘지는 파주군 적성면 답곡리 산 55번지에 있다. 파주에서 연천으로 가는 37번 국도 변이다. 국도 바로 위쪽에 휴전선이 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이다.

중국군 묘지석. 중국군은 대부분 많은 유해를 함께 묻었다. 아쉽게도 유해발굴지를 새겨놓지 않았다. 관행 중국 7월호 재인용.




유 명예교수는 “1996년에 조성된 것이니, 김영삼 대통령 때의 일이다. 제네바 협정에 의거하여 조성되었다고 한다”면서 “세계 유일의 적군묘지라고 하니, 이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1968년 1.21사태 당시 사살된 북한군소위 권호신의 묘지석. 관행 중국 7월호 재인용.


유 명예교수는 “제1묘역에는 북한군유해가, 제2묘역에는 북한군 일부와 중국군 유해가 함께 묻혀 있다”며 “모두 1100여구가 되지만 해마다 발굴을 통해 새로 입관되는 유해도 있기 때문에 수효가 일정치는 않다”고 설명했다.

유 명예교수는 “1차 송환 시에 보내진 437구의 유해들은 선양에 있는 항미원조열사릉에 묻혔으나 2015년 12월 10일에 방영된 TV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으로 송환된 500여기의 유해 중에 잘못 전해진 유해도 있다고 한다”며 “시신이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에서는 이를 부인했지만, 발굴 당시의 유해 상태와 보낼 당시의 그것이 달랐다고 하니, 의심을 살만했다”며 “여하튼 이들이 선양에 묻힌 뒤로는 ‘적군’에서 ‘항미원조열사’로 그 신분이 바뀌게 됐다”고 강조했다.

유 명예 교수는 “​현재 외국에서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한 중국군​ 유해는 약 11만여 명이고, 그 중 9할 이상이 한반도에 묻혀있다고 한다”며 “‘중공오랑캐’를 수장시켰다고 해서 지어진 파로호나, 중국군의 피가 흘러내렸다는 백마고지에도 그 병사들의 유해가 부지기수일 터이니 전쟁의 유산 정리는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유해를 돌려보내기보다, 세계사상 유례없는 ‘적군묘지’의 주인공으로 피비린내 나던 전투 현장에 보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며 “현장을 보존하면서 전쟁의 비극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