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간병 위한 동거는 사실혼 아냐… 유족연금 지급” 판결

입력 2017-07-02 15:25 수정 2017-07-02 17:58
사진=픽사베이

법원은 황혼의 ‘동거’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사망한 남편의 공무원 연금을 받아온 여성이 치매 간병을 위해서 동거했다면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없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81·여)씨가 “유족연금 지급 중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급 중지를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현행법상 연금을 받는 유족이 공무원 외의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일 때는 그 권리가 상실된다. A씨는 공무원인 남편이 사망한 1996년부터 유족 연금을 받아왔다. A씨의 아들은 2015년 모친이 B씨와 사실혼 관계의 동거를 했다며 연금을 부정하게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조사를 실시한 후 지난해 “A씨와 B씨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확인된다”며 유족 연금을 중지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2015년 4월쯤부터 이듬해 9월까지 동거했음은 인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서로 혼인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로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이 있는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은 당시 70대의 고령으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아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동거를 시작한 것은 A씨의 치매 증상이 악화된 무렵인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그 상황에서 A씨가 B씨와 혼인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B씨는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려 했다기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A씨를 돌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A씨 아들이 제보한 내용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