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최고가 45만원…유명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티켓값 마지노선은?

입력 2017-07-02 06:15 수정 2017-07-02 08:56
오는 11월 베를린필 내한공연은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 하는 마지막 아시아 투어 공연이다. 2002년부터 베를린필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던 2017-2018시즌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옮긴다. (c)Monika Rittershaus

오는 11월 내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필)의 티켓 값이 최고 45만원으로 결정됐다. 주최측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1월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베를린필 티켓 가격을 지난 2013년 내한 공연 때와 똑같은 수준으로 결정했다. 가격 등급이나 좌석 구분 역시 큰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오는 4~5일 금호아트홀 유료회원을 상대로 먼저 티켓을 오픈한 뒤 7일부터 일반에 판매한다.

 최근 클래식계에선 베를린필의 티켓 최고가가 50만원을 넘길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50만원은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티켓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 야외오페라에서 티켓 최고가 60만원을 기록한 바 있지만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의 경우 40만원대에서 결정됐다. 2005‧2008‧2011‧2013년 모두 베를린필 45만원, 2010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42만원, 2016년 빈필 43만원 등 세계 수퍼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티켓 최고가가 50만원을 넘질 않았다.

 사실 베를린필 이틀 공연에 들어가는 초청료 등 제작비는 4년전 23억~24억원 수준이었는데, 당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석(2527석)을 45만원으로 팔아도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올해는 제작비가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티켓 값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당초 내부에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티켓 최고가를 50만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클래식을 후원해온 기업으로서 메세나 활동에 의미를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는 11월 15~16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초청하는 롯데콘서트홀도 티켓 최고가를 33만원으로 확정지었다.

11월 23~25일 베를린필의 일본 공연은 후지TV가 주최했으며, 전자회사 TDK가 협찬사로 나섰다. 23일 공연은 도쿄 인근 가와사키의 뮤자 가와사키 심포니홀에서, 24~25일 공연은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린다. 지난 6월 하순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3일 모두 매진됐다. 일본 티켓예매 사이트 티켓피아 캡처

 앞서 10월 12일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FO) 내한 공연 티켓 값이 최고 40만원으로 정해진 후 가격의 적정성 논란이 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올가을 투어의 일환으로 일본에도 들르는 이들 오케스트라의 티켓 가격을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가격이 높은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베를린필은 총 3회 공연하며 티켓 최고가 4만5000엔(약 46만원)에 책정됐다. 또 총 4회 공연하는 LFO는 티켓 최고가 3만5000엔(약 36만원), 총 5회 공연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티켓 최고가 3만2000엔(약 33만원)이다. 공연 횟수가 한국보다 많지만 가격은 비슷하다.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공연 횟수가 늘수록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클래식 팬층이 일본만큼 두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기업의 협찬도 많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클래식 기획사들은 그동안 티켓 수익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만큼 부족분을 기업 협찬으로 메워왔다. 기업들은 후원금액을 내고 이중 일부를 티켓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기업 협찬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때문에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클래식계 관계자는 “티켓 가격이 높아서 관객층을 늘리기 쉽지 않고, 얇은 관객층 때문에 티켓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