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에게 약탈당해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 어보(御寶·왕실의 의례용 도장)와 현종 어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귀국한다.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사관저에서 양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어보 두 점에 대한 환수식 행사를 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한국으로 인계된 어보 두 점은 2일 귀국하는 문 대통령 전용기에 실려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앞서 문화재청과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 등 시민단체는 2009년 미 국무부 문서를 입수해 어보로 추정되는 물건에 대한 기록을 조사해 왔다. 국무부 문서에 등장하는 ‘미군이 절도한 문화재’ 중에서 ‘한국의 공식 인장들(Korean official seals)’ 에 주목했고, 미국 메릴랜드 국가기록보존소에서 약탈 문화재의 정체와 규모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현장조사 등을 통해 확보했다.
이후 한국 측 반환운동 관계자들은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에 약탈 문화재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를 요청했고, 진품 확인과 법적 소송 등을 거쳐 반환이 최종 결정됐다. 미국 내 소장자가 매각했던 문정왕후 어보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박물관이 소장해 왔다.
문정왕후(文定王后) 어보는 명종2년(1547년) 중종의 계비인 문정왕후에게 ‘성렬대왕대비(聖烈大王大妃)’란 ‘존호(尊號·이름과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린 기념으로 제작됐다. 가로·세로 각 10.1㎝에 높이 7.2㎝ 크기의 순금으로 제작됐으며, 거북이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현종(顯宗) 어보는 효종(孝宗)의 맏아들인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됐을 때 ‘왕세자지인(王世子之印)’이란 글자를 옥에 새겨 효종2년(1651년)에 제작됐다. 문정왕후 어보보단 조금 더 크다.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조선시대 어보는 모두 366점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323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