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파업에 닫힌 급식소… 이를 보는 시선에 대하여

입력 2017-06-30 17:47 수정 2017-06-30 18:16
국민일보 2017년 6월 30일자 10면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 내외와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만찬을 나누고 링컨룸과 같은 사적인 공간까지 공개하며 환대했습니다. 아마 잠들기 전이었을 현지시간 29일 밤 11시44분 트위터에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very good meeting)”고 소감도 적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첫 정상외교를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출범 50일을 갓 넘긴 문재인정부의 조각(組閣)을 완성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정부 부처 17곳에서 6곳의 장관을 임명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적임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낙마자도 발생했고 여야의 지리멸렬한 기싸움도 벌어졌지만, 일련의 과정이 대한민국을 개조하는 진통이 되길 모든 국민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다시 출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민생과 안전을 외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세력을 헌법으로 몰아냈고, 문 대통령에게 선거로 권력을 이양해 국가 개조를 ‘지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갑질, 차별, 반칙처럼 사회 곳곳을 곪게 만든 상처를 알아갔고 치료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국가 최고 권력자에게 국민의 힘을 보여준 ‘행동’ 이상 결실일지도 모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학비노조)가 지난 29일부터 이틀 동안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학생들의 식단을 담보로 투쟁을 벌인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맞벌이 또는 편부모 가정 학부모에게 갑자기 문을 닫은 급식소는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각자 싸온 점심을 친구들과 나누면서 평소 자신들의 먹거리를 관리한 급식소 비정규직 직원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단을 걱정하는 일부 학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복도 한 쪽에 모여 빵과 우유로 한 끼를 때우면서 ‘노동인권’을 말하는 아이들의 이색적인 풍경이 교실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는 이런 풍경을 <“급식 어머니들 권리행사… 이 정도 불편쯤은 괜찮아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30일자 10면 헤드라인에 보도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급식 어머니들이 권리 행사를 위해 나가신 건데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하다”는 서울 중랑구 A중학교 3학년생 정모(15)군의 말을 앞세웠습니다.

물론 이런 시각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습니다. 언론마다 전국학비노조의 파업을 접근한 방법은 달랐습니다. 중앙일보는 <1929개 학교 ’급식 파업‘… 아이들 짜장면 먹고, 빵으로 때우고>라는 제목의 12면 헤드라인으로, 동아일보는 <2005개 학교 급식 중단… 빵으로 점심 때운 이이들>이라는 제목의 14면 헤드라인으로 아이들의 점심 풍경을 스케치해 이날까지 이틀간 부실해졌을 아이들의 식단을 우려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2면 하단의 2단 기사에 <빵으로 끼니 때운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파업 현황을 조명해 급식소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일부 학부모의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고, 한국일보는 <“아이들 급식 볼모 너무해” vs “정당한 권리 행사 이해”>로 양측의 목소리를 모두 담았습니다.

전국학비노조는 이날 서울로 집결했습니다. 전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대구·전북 교육청 산하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합류했습니다. 교육부는 파업 참여 학교가 4033곳, 참여 인원이 1만800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급식소를 닫는 학교는 2000곳을 넘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학비노조는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이 노동하면서 반값 대접을 받는다. 수십 년을 일해도 임금과 복지는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열심히 일해도 승진, 승급 없이 1년차와 같은 직급인 무기계약직은 가짜 정규직이다.”

전국학비노조 파업으로 점심 두 끼를 도시락과 대체 급식으로 해결한 아이들은 주말 이틀 동안 집 밥을 먹게 됩니다. 식탁에 둘러앉아 한번쯤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급식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째서 이런 방법을 써가며 ‘차별’을 없애 달라고 호소하는지. 

앞서 말한 신문 제목이 각기 다르듯 이 상황을 보는 여러 시선이 존재합니다.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합니다. 국민일보는 <“급식 어머니들 권리행사… 이 정도 불편쯤은 괜찮아요”>라고 봤습니다. 국민일보의 시선이 반드시 옳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